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7조 원 가까이 급증해 사상 최대 증가 폭을 나타냈다. 공모주 청약과 가상화폐 열풍에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늘어난 데다 7월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막차’ 수요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 원으로 전달 말(135조3877억 원)보다 6조8401억 원 급증했다. 역대 가장 많이 늘었던 지난해 11월의 증가 폭(4조8495억 원)을 5개월 만에 갈아 치웠다. 당시 주식 투자 열풍과 대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신용대출 수요가 크게 늘어났었다.
이번에는 지난달 28, 29일 진행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SKIET는 중복 청약이 가능한 마지막 대형 공모주로 인기를 끌면서 역대 최대인 81조 원가량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 모았다. 여기엔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을 받아 청약에 뛰어든 투자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3년 만에 불어 닥친 코인 광풍에도 빚투 수요가 가세하고 있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발표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피해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월부터 1억 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 ‘DSR 40% 규제’가 차주 개인별로 적용된다. DSR는 주택대출, 신용대출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DSR 산정 시 적용되는 신용대출 만기도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들어 대출 한도에 영향을 준다.
최근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용대출이 크게 늘면서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예금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3.70%로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반면 시중은행 정기예금에서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현재 정기예금 잔액은 614조7991억 원으로 3월 말보다 12조8814억 원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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