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항공업계에서는 ‘김포∼하네다’ 노선의 정상화 여부와 노선 재분배 문제가 화두가 될 것으로 꼽는다.
‘김포∼하네다’는 항공사라면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황금노선으로 꼽힌다. 최악의 교착 상황에 빠진 한일 관계와 현재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일본 내 방역 상황이 변수이지만 관광과 비즈니스 모두에서 국제선 중 가장 큰 잠재 수요를 지닌 노선이라는 데 국내는 물론 일본 항공업계에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서울 김포국제공항과 일본 도쿄국제공항(하네다공항)을 잇는 이 노선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으로 모든 국제선이 빠져나간 지 2년 만에 김포공항에 부활한 첫 국제선이다. 인천공항과 도쿄 인근 지바 나리타국제공항을 잇는 노선이 있지만 두 공항 모두 도심에서 60∼70km 떨어져 있어 각 도시에서 도심∼공항 이동에만 1시간이 넘게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김포공항, 하네다공항은 모두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 도심 접근이 가능하다.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모두 국내선 공항이었던 두 공항 간의 노선을 여는 데 합의했다. 일본으로선 중국과의 관계 문제로 남겨둔 대만 노선을 제외하고 1978년 개항한 나리타공항에 모든 국제선을 넘긴 하네다공항에 처음 열린 국제선이다.
2019년 김포∼하네다 승객 수는 205만811명. 인천∼나리타 승객 규모가 278만3677명으로 김포∼하네다보다 35.7% 많았다. 하지만 총 운항 수는 각각 8719회, 1만5624회로 격차가 배에 가깝다. 1회 운항 평균 승객 수로 나누면 각각 235.2명과 178.1명으로 김포∼하네다가 적게 운행하며 승객은 더 많이 수송한 ‘알짜 노선’인 걸 입증했다.
김포∼하네다는 한국(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일본항공 JAL, 전일본공수 ANA) 모두 각각 대형 항공사 2곳씩만 운항 중이다. 수익성은 한일 저비용항공사(LCC)와 타 외국항공사도 운항하는 인천∼나리타를 압도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김포∼하네다는 할인 없이 정상 운임만 받아도 좌석의 90% 이상을 채울 때가 많다. 수익 걱정이 필요 없는 노선”이라고 말했다.
하루 4회 왕복으로 시작한 김포∼하네다 노선은 2008년 한일 합의로 운항 횟수가 늘어나 양국에서 각각 오전 7시∼오후 10시에 주당 42회(하루 6회) 왕복 운수권이 배분돼 있다. 일본 전국을 잇는 국내선과 국제선이 엉킨 하네다공항은 활주로가 혼잡해 일본 다른 공항과 달리 운항 수가 제한된다. 2008년 합의를 이끌어낸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국토해양부 항공철도국장)은 “하네다공항 노선을 뚫는 건 어려운 일로 꼽혔지만, 당시 동북아시아 교류 활성화를 위해 김포∼하네다를 증편해야 한다는 양국 공감대가 컸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중단된 김포∼하네다가 재개되면 운수권 재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점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국내 독점이라는 변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일부 LCC는 주 몇 편이라도 김포∼하네다 노선을 받기만 하면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단숨에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남권에서는 김해∼하네다 취항을 바라고 있다. 현재는 운휴 중이지만 김해국제공항에서는 나리타공항으로 가는 항공편만 있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하네다 운수권은 정확히 ‘한국∼하네다’ 운수권으로 김포 외 다른 국내 공항에 취항하는 건 문제가 안 된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해 3월 “동남권 지역 편의와 지역 항공산업 활성화를 위해 김해에서도 하네다 노선을 운항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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