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부분만큼은 정부가 할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투기 금지, 실수요자 보호,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들어 25번에 걸쳐 쏟아낸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세금을 수단으로 가수요를 억제하고 공공이 공급을 주도하는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죽비 맞았다” 정책 실패 인정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간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19.5%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17년 4월 5억6774만 원에서 지난달 9억1160만 원으로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이 4년 만에 1.6배 수준으로 뛴 것이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집값 상승세가 지방으로 확산된 결과 지난 4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12.1% 올랐다. 지난해 7월 임대차2법 시행 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2% 올랐다.
문 대통령은 4·7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이라는 결과로 집약되는 것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했다. 그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까지 겹치면서 선거를 통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 정책 미세조정해도 큰 틀은 유지할 듯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기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재검토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 투기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가 집을 사는 것이 어렵게 된 것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수요자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무주택자에 대한 LTV를 완화하거나, 공시가 6억 원 이하인 재산세 감면 대상을 9억 원 이하로 확대하는 등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완화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부작용을 미세조정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기조는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는 것과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것, 주택 공급의 확대를 통해서 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것”이라며 “이 정책 기조는 달라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주택 취득부터 보유, 처분 전 단계에서 세 부담을 늘리고 대출을 옥죄어 수요를 억눌렀던 기존 정책의 궤도 자체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라고 주택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주택 공급 방식에 대해 문 대통령은 “민간 주택 공급에 더해 공공주도 주택 공급 대책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공주도 개발을 뼈대로 한 ‘2·4 공급 대책’에 대한 민간 호응이 낮은 데다 LH 사태까지 겹치면서 공급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민간 규제를 풀기보단 공공주도 개발에 그대로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어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차단하고 부동산 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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