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인플레이션 공포가 한국 금융시장까지 덮친 가운데 국내에서도 소비자물가가 3%를 웃돌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일시적 물가 상승”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경기 회복세에 소비가 급증하면 인플레 기대심리가 커지고 금리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2.3% 올라 3년 8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5월에는 3%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기저효과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올해 5, 6월 소비자물가가 3%대 상승률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4월 소비자 물가 상승과 관련해 “작년 4월이 굉장히 낮아서 기저효과가 있었다. 거시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에서도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2%) 급등은 경기 회복 과정의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 때문”이라며 “우리 경제의 강한 회복세, 견고한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인플레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돈을 워낙 많이 푼 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월 통화량(M2·광의통화) 평균 잔액은 3313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30조3440억 원(11.1%) 불었다. 지난달 15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비롯해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환경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니 관련 부서는 물가 동향을 계속 잘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2분기(4~6월)에 일시적으로 2% 안팎으로 확대됐다가 하반기에 둔화되면서 연간 기준으로 1%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에 기저효과나 공급 측 요인 영향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한은은 통화정책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인플레이션, 성장 등 경제 지표가 전망치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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