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반도체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1000억 원을 투자하면 최대 500억 원을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반도체 관련 시설에 같은 금액을 투자하면 최대 200억 원의 세금을 공제받는다. 정부가 13일 반도체를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이 같은 파격적 지원책이 담긴 ‘K반도체 전략’을 내놓은 것은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 세계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관련 R&D나 시설에 투자할 때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R&D 투자비의 경우 최대 50%(대기업·중견기업 30∼40%, 중소기업 40∼50%), 시설투자비는 최대 20%(대기업 6%, 중견기업 8%, 중소기업 16%+투자 증가분 4%)까지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민간의 투자에 세액 공제로 마중물을 붓겠다는 뜻이다. 세제혜택은 올 하반기(7∼12월)부터 2024년까지의 투자액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반도체 상용화 및 양산과 관련한 투자 항목들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내 산업기반이 약한 8인치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과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 설비투자 특별자금도 1조 원 이상 마련한다. 기업들이 설비에 투자할 때 시중금리보다 1%포인트 낮은 우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줘 투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급망인 ‘K반도체 벨트’를 국내에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경기 판교·화성·평택과 충남 천안을 잇는 중심축에 북동쪽으로 경기 이천·용인, 남동쪽으로는 충북 청주로 이어지는 ‘K’자 형태의 초대형 반도체 공급단지를 만들어 미국 중국 등 주요국과 반도체 공급망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1386만 m²의 단지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약 208개 기업이 들어선다.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시설 인근에는 국내외 소·부·장 기업 50여 곳이 들어서는 특화단지가 생긴다. 파운드리, 소·부·장, 메모리, 패키징 등 반도체 주요 분야의 생산을 연계해 공급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화성, 용인, 천안에는 단기간에 기술을 따라잡기 어려운 분야로 꼽히는 극자외선(EUV) 노광, 첨단 식각 및 소재분야 글로벌 기업을 유치한다.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의 ASML은 2025년까지 2400억 원을 투자해 화성에 EUV 캠퍼스를 조성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일자리 약 300개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에 대해서는 과거 특정 기업이나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로 정부가 나서지 않았던 인프라 지원도 이뤄진다. 반도체단지 용수공급을 위해 용인, 평택 등에서 10년치 용수 물량을 확보한다. 소·부·장 특화단지의 송전선로 설치비용 50%를 정부와 한전이 절반씩 부담한다.
정부는 반도체 육성 전략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법이 마련되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 특례를 두고 인력 양성, 기반시설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제화를 통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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