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패션 부진에도 패션 플랫폼 급성장
무신사·지그재그·에이블리 등 최대 실적
전문 맞춤형 콘텐츠로 승부 MZ세대 공략
명품에 집중한 패션 플랫폼 성장에 주목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지난해는 패션업계엔 최악의 1년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 해 내내 이어지자 매출이 급감했다. 패션 업계 중심이 되는 여성 정장과 여성 캐주얼 부문의 작년 백화점 매출이 전년 대비 각 26.1%, 32.0% 줄었다는 건 상징적이었다.
패션 약세는 온라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9년보다 약 18% 증가했고, 그 중에서도 가전·식품 부문 매출은 50% 가량 성장했다. 반면 패션 부문은 7.5% 크는 데 그쳤다.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낸 것이다.
유통업계는 그래도 패션이 온라인 쪽에서만큼은 플러스(+) 성장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로 꼽는 게 패션 전문 플랫폼의 급성장이다. 1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의 덩치가 커지면서 이정도 결과라도 낼 수 있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지난해 무신사 거래액은 1조2000억원이었다. 지그재그(8500억원), 에이블리(3800억원), W컨셉(3000억원), 브랜디(3000억원) 등도 급성장했다. 이들 업체 매출은 많게는 50% 이상, 적어도 20% 늘었다. 국내 패션 대기업이 줄줄이 실적 하락에 허덕인 것과 대조적이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의 성공적인 진격은 MZ세대 공략 성공과 같은 말이다. 업계는 이들 업체가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MZ세대가 옷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들은 가장 먼저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상품을 내놨고, 스타일링 큐레이션을 해줬고, 각종 한정판 협업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패션업계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했다. 패션이라는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그만큼 더 섬세하게 전문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버티컬 커머스(Vertical Commerce·특정 분야 제품만 파는 유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했다.
유통 대기업도 이들 업체를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인수했고, SSG닷컴은 W컨셉을 품었다. 종합 e커머스 업체 대부분이 패션 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 패션 플랫폼이 가까운 시일 내에 주요 소비층이 될 MZ세대를 공략할 수 있는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약점을 보완하고, 젊은 세대와 접점을 늘릴 수도 있다면 돈이 아깝지 않은 투자”라고 했다.
최근 패션 플랫폼은 더 세분화하고 있다. 특히 명품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명품 패션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인 머스트잇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1500억원) 대비 66% 늘어난 2500억원이었다. 트렌비는 지난해 거래액이 2.5배 늘었고,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4.3배 증가했다. 발란은 올해 1분기에만 거래액이 3.9배 늘었다.
국내에서 명품이 역대 최대 호황을 맞은 만큼 패션업계는 패션 플랫폼 중에서도 명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와 함께 어떤 기술로 소비자 맞춤 제품을 제공하냐의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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