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AERO-K)가 정식 취항 했습니다. 2019년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은 이후 2년 여 만에 드디어 첫 취항을 한 겁니다.
제가 직접 첫 취항 날에 에어로케이 항공기를 탑승했는데요. 이날 탑승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좌석이었습니다. 에어로케이는 국내 최초로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A320CEO’를 가져왔습니다. 항공기를 리스해 들여오면서도 좌석만큼은 새로운 좌석을 깔았죠. 좌석에 공을 들인 이유는 바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경량 좌석 들여온 에어로케이
에어로케이 A320CEO에 장착된 좌석은 이탈리아 ‘지벤(GEVEN)’사에서 만든 경량 좌석 ‘에쎈자(ESSENZA)’입니다. 일반 좌석보다 가벼운 직물과 프레임을 사용했고 디자인을 최대한 단순하게 한 것이 특징인데요. 좌석당 무게가 약 8.1㎏ 정도로 국내 LCC들이 운영하는 좌석 보다 무게가 30% 정도 덜 나간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에어로케이에 장착된 좌석의 기본 무게는 6.9㎏인데 여기에 리클라인 기능(0.95㎏,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있는 기능)과 머리 충격 방지 장치(0.25㎏) 등을 추가했습니다. 좌석 등받이 두께도 보통 좌석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에어로케이에 따르면 경량 좌석을 사용해서 항공기 무게를 약 2t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에어로케이가 가벼운 좌석에 공을 들인 건 운영비 절감을 위해서입니다.
항공기는 무거울수록 연료 소모량이 많아 유류비 등이 많이 들어갑니다. 항공기 무게가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무게 줄이기에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항공기에 장착되는 장비 및 장치의 무게를 줄이는 것은 물론 항공기 탑재 물품을 최소화하거나 경량화하는 조치를 계속 고민합니다. 기내 잡지 재질을 코팅지가 아닌 더 가벼운 종이로 쓴 항공사도 있고 아예 잡지를 없애버린 곳도 있습니다. 승객들이 가지고 타는 노트북과 베게, 책 등도 항공사들에게는 비용인 셈입니다.
●기내 물건들에 사용되는 연료량은?
항공기 무게와 비용에 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2014년 MIT 연구원인 루크 얀슨과 브라이언 유코가 기내에 탑재된 물건들이 소비하는 연료량을 연구했는데요. 기내에 탑재된 물건들이 1년 동안 비행을 하면 얼마나 연료를 소모하는지 조사해 비용으로 환산한 겁니다.
과거엔 기장들이 종이로 된 비행 안내 지침서와 지도 등을 들고서 비행을 했습니다. ‘젭슨 차트’라 불리는 일종의 항공 지침서들인데 두께가 상당합니다. 요즘은 이런 지침서를 디지털화 해 아이패드에 담아 들고 다닙니다. 이 전환만으로 연간 120만 달러(약 13억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17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루크 얀슨과 브라이언 유코의 자문을 받아 낸 보도는 조금 더 구체적입니다.
승객 소변의 무게도 비용으로 환산한 결과를 보고 “화장실 다녀오는 고객들에게 할인 혜택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기내 면세품도 골칫거리입니다. 팔리지 않는 양주를 계속 싣고 다니는 것도 다 비용일 겁니다. 그런데 손님이 언제 면세품을 요구할지 모르니 계속 싣고 다녀야 합니다. 이에 온라인으로 사전 구매를 하면 면세품 추가 할인 혜택을 주기도 하는데요. 승객마다 구매 성향이 다르니 항공사로서는 참 어려운 선택일 겁니다.
2008년 고유가 당시 대한항공은 고유가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적정연료탑재, 적정음용수탑재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경제운항속도 준수, 엔진 물 세척을 통한 엔진 효율 향상, 엔진 4개짜리 항공기의 지상 이동시 1¤2개 엔진 사용 억제 등 눈물겨운 노력을 했죠. 심지어 승무원들의 가방 무게를 2㎏씩 줄이자는 캠페인도 진행했습니다. 2008년 당시 유가 및 환율을 기준으로 연간 5억5000만 원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몸무게로 항공운임을 정한다?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습니다. “무게가 곧 돈이라면, 짐이 없거나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사람은 돈을 적게 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하고 말이죠. 실제로 이 생각을 항공료 책정에 사용한 항공사가 있습니다. 남태평양의 사모아항공입니다.
사모아항공은 2013년 세계 최초로 몸무게와 짐의 무게로 운임을 결정하는 ‘중량제운임’을 적용했습니다. “1㎏은 모두 같은 1㎏”이라는 매우 공평한 발생에서 시작된 일인데요. 모든 승객은 예약시 짐과 체중을 입력하고, 중량에 따라 운임이 책정됩니다. 비행기 타기 전에 한 번 더 무게를 측정해 차액이 발생하면 돈을 돌려줬다고 합니다. 체중이 100㎏인 사람과 50㎏ 인 사람은 비용이 2배 차이가 나게 되죠. 이 아이디어는 사모아항공의 조종사가 냈다고 하는데, 몸무게 차별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경영진 일부는 완강하게 반대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상당히 공평한(?) 운임 책정 방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추가 운임이니 초과 수화물이니 복잡하게 운임을 책정하지 않고, 무게에 따라 비용을 내는 거죠.
사모아항공이 이런 방법을 쓴 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가 소형이라 짐과 체중 등이 연료 소모에 큰 영향을 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사모아지역은 인구의 80% 정도가 과체중이라고 합니다. 몸무게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항공료를 적게 내려고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시 에어로케이 이야기로 돌아가면. 에어로케이는 기내 서비스도 대폭 줄였습니다. 객실 승무원들은 안전 및 비행 운항 관련 업무를 제외하고는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았죠. 국내선에서는 비상 상황을 제외하고는 물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필수적인 것을 제외한 각종 기내 서비스를 최대한 줄여 수익을 올리는 해외 LCC 전략을 모델로 삼은 겁니다.
모두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항공사들의 무게 줄이기 노력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코로나로 힘든 항공사를 위해서라도 저부터 기내 탑승 전 화장실은 꼭 다녀와 무게를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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