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뒤흔드는 △부동산 버블 △주식 광풍 △비트코인 폭주는 어떻게 촉발했을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는 저서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최근 경제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전통적 경제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내러티브(narrative), 즉 입소문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하락 예측 400회 중 실현된 것은 17회에 그친다. 오히려 입소문에 의해 주식이나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경제를 움직이는 건 입소문이라고 실러는 주장한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 바이러스처럼 퍼진 입소문이 대한민국 부동산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입소문을 현명하게 받아들여 ‘성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조영광(38) 하우스노미스트에게 물었다.
입소문이 움직이는 부동산시장
실러는 ‘내러티브 경제학’에서 전통 경제학 프레임 대신 입소문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내러티브 경제란 무엇인가.
“내러티브는 시장에 깔려 있는 이야기 형태의 메시지다. 이 이야기들 중 입소문을 타면서 경제를 움직이는 힘을 발휘하는 게 있다. 실러는 그런 이야기를 전염병에 비유했다. 전염력 강한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의 심리가 ‘부동산이 상승하겠구나’ 또는 ‘하락하겠구나’라며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경제가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이런 심리를 간과했는데, 최근 실물경제에서 내러티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 떠도는 이야기가 사람들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제적으로 풀어내는 게 내러티브 경제학이다.”
내러티브, 즉 입소문이 최근 부동산 버블도 만들었다고 보나.
“현재 부동산 상황을 버블이라고 칭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입소문이 부동산시장을 달군 것은 맞지만, 버블이 되려면 금리가 갑자기 오르거나 공급이 확 늘어나는 등 펀더멘털(fundamental: 경제기초)이 변화해야 한다. 금리는 지속적으로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신규 입주량도 감소세다. 버블은 언젠가 터진다는 뜻이다. 현재 펀더멘털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버블은 아니더라도 부동산시장이 내러티브, 즉 입소문에 의해 움직이는 듯하다.
“지난해부터 부동산시장이 내러티브에 의해 움직인 것은 확실하다.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하반기부터 폭등한 검색어 3개가 있다. 첫 번째는 ‘갓물주’다. 누구누구 연예인이 건물을 사 ‘대박 났더라’ ‘역시 갓물주야’ 이런 내러티브다. 두 번째는 ‘경제적 자유’라는 검색어가 갑자기 폭등했다. ‘열심히 노동해봤자 뭐 하나’ ‘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얻자’라며 경제적 자유를 많이 검색한 것이다. 세 번째는 ‘패닉바잉’이다. 이 3개의 입소문이 지난해 부동산시장을 과열 상황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빅데이터 분석으로 부동산시장을 짚어보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입소문과 빅데이터는 정반대 영역 아닌가.
“실러가 로버트 실러 지수(미국 주택 가격 지수)를 만들었다. 얼마나 데이터에 해박하겠나. 그런 그가 내러티브 경제를 간과할 수 없다며 방향을 튼 것이다. 경제를 예측하려면 숫자 데이터뿐 아니라 입소문, 즉 사람들의 말과 글까지 분석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예전에는 입소문이라고 하면 비과학적인 것으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통해 과학적 분석이 가능해졌다. 검색어가 언제 탄생해 어떻게 성숙한 후 소멸하는지 과학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내러티브의 특징은?
“실러 책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내러티브를 3가지로 정리해봤다. 바로 기준내러티브, 반복내러티브, 군집내러티브다.”
기준내러티브란?
“기준내러티브는 온도계처럼 사람들이 꾸준히 검색하는 검색어를 뜻한다. ‘집값전망’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집값전망 검색량이 폭등했다. 지난해 집값 폭등 후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집값전망 검색량이 증가하면 6개월가량 집값이 좀 떨어진다.”
반복내러티브는?
“반복내러티브는 특정 시기에 반복해서 언급되는 말이나 검색어다. 불경기에 나오는 대표적 반복내러티브로는 ‘잃어버린 10년’ ‘거래 절벽’ 등이 있으며 호경기에는 ‘갓물주’나 ‘불로소득’이 있다.”
군집내러티브는?
“군집내러티브는 큰 연관이 없는 사건들이 한꺼번에 발생해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19가 있다. 지난해 초에는 코로나19로 시장 전망이 부정적이었지만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상승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부정적 방향으로 살짝 돌아섰다. 지난해 12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힘든 상황인 데다 백신에 대한 신뢰가 이전보다 떨어져서다.”
‘몸테크’ 내러티브
입소문을 분석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가장 효과 있는 내러티브는 공포 같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휴리스틱(heuristic: 의사 결정 과정을 단순화해 만든 지침)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연예인이 건물을 사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가 될 것 같아 따라 투자하는 식이다. 연예인이나 머스크 CEO는 일반 사람보다 투자 정보가 많을 뿐 아니라, 돈을 잃어도 타격이 크지 않다. 유명인이 투자했다는 얘기만 듣고 따라 투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현재 주목해야 할 부동산 내러티브는 무엇인가.
“교통 황무지 내러티브가 있다. 교통이 안 좋은 곳에 GTX가 뚫리면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무시할 수 없는 내러티브다. 또 하나는 주택 고령화 내러티브다. 전국적으로 10년 이상 된 아파트가 70%, 서울은 20년 이상 된 아파트가 50%를 차지한다. 고령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몸테크(노후 주택에 재건축·재개발을 노리며 거주하는 것) 내러티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하면서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몸테크를 한다. 이런 내러티브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주택을 구입한다면 어떤 지역을 살펴봐야 할까.
“주택 구입 시 제2금융권 대출을 마지노선으로 생각한다면 지금은 구입해도 될 시기다. 분양과 일반 아파트로 나눈다면 당연히 분양을 받아야 한다. 정부에서 신축 아파트와 고령 아파트의 가격차를 줄여놓은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새 아파트는 고령 아파트보다 덜 하락한다. 지방 아파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목동·여의도 재건축, 제4차 국가철도망 지역을 공략하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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