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빚내서 투자) 전성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초저금리 기조를 바탕으로 거세게 일었던 부동산, 주식 투자 열풍이 점차 사그라들 조짐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으로 시장금리가 향후 완만한 상승 추이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금리가 상당폭 오른 상황이라 추가 급등 우려가 적긴 하지만 금리 상승 자체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모양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1%포인트(p) 상승한 1.64%를 기록했다. 앞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코로나19 사태가 크게 확산한 지난해 3월 1% 이하로 급락한 뒤 4월 한 때 0.52%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올해 1월 들어 1%대를 회복해 3월에는 1.74%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1.5~1.6%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미국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올해 들어 1.7%를 상향 돌파하며 단숨에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중장기적인 미 채권금리 상승 사이클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반영되면서 미국 국채금리는 올해초 상승 사이클의 초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금리인상 모멘텀이 없다보니 지금은 소강 국면이지만 향후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이 미 국채금리 상승에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는 이유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금리가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채수익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아지면 자본유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금리 인상 압력도 높아지게 된다.
우리나라 국채 금리 역시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17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117%를 기록하며 올 초와 비교해 0.4%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는 연 0.50%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시장에선 향후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 사실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시장금리는 이미 상당폭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전월 대비 0.03%p 오른 연 2.77%를 나타냈다.
이 가운데 가계 대상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3.70%로 지난해 2월 이후 1년 1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주택담보대출금리 역시 2.73%로 1년 8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우리나라 시장금리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오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시장금리 상승 탄력이 전보다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미리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반신용대출금리는 3.7%까지 올랐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금리와 같은 다른 시장금리가 인상될 여지가 더 크다”라며 “올해에 걸쳐 일반신용대출금리는 4%대 초반, 나머지 금리는 3%대 후반까지 서서히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