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특공 4채 중 1채는 실거주 안해…재테크 수단으로 변질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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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놓거나 전매… 수억원 차익
실거주 여부 상관없이 이주비 지원
취득세 면제 혜택도 그대로 유지

세종시 아파트 전경.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세종시 아파트 전경.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공무원 A 씨는 2014년 특별공급(특공)으로 세종시에 전용면적 84m²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당시 분양가는 3억 원 안팎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10억 원에 이른다. A 씨는 이 아파트에 실제 입주한 적이 없다.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 집은 유지한 채 A 씨만 세종시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특공 아파트는 세를 줬고 자신은 통근버스로 출퇴근한다. 그는 “나처럼 특공 아파트를 세를 주는 공무원이 워낙 많고, 집값도 최근 크게 오른 것이어서 투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공이나 민간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특공을 받고도 현재 실거주 하지 않는 사람은 전체의 4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씨처럼 실제 거주하지 않고 세를 주거나 매매로 차익을 내려는 사람이 늘면서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특공 제도가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주택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특공이 시작된 2010년 이후 나온 특공 물량 2만5406채 가운데 10년 동안 매매, 전매, 전월세 등을 통해 거래된 아파트는 5943채(23.4%)였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름에 따라 당초 전매제한 기간인 5년을 채운 공무원 중 특공 아파트 매도를 검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B 씨는 정부세종청사가 처음 입주할 당시 분양받았던 아파트를 처분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프리미엄이 별로 붙지 않아 실망했지만 최근 수억 원의 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세종시로 가는 모든 부처 공무원은 실거주와 상관없이 1인당 20만 원의 이주지원비와 세제 혜택까지 받았다. 행정안전부가 2015년부터 올해까지 직원들에게 이주비로 준 돈만 총 60억4000만 원이다. 아울러 정부는 무주택자인 공무원이 세종시에서 내년까지 전용면적 85m² 이하 집을 특공으로 받으면 취득세를 100% 면제해준다. 일반적으로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면 매입가의 1∼3%를 취득세로 낸다. 지난달 나온 세종시 이전기관 특공 개선안에도 이 같은 취득세 혜택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날 국무조정실은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이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노리고 ‘유령청사’를 지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장 조사에 나섰다.

“특공 받아 세놓고 전매 차익… 공무원 재테크 수단으로”
공무원 C 씨는 특공으로 받은 세종시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있다. 가족은 서울 강남구 전셋집에서 살고 자신은 동료와 함께 세종에서 보증금과 월세를 나눠 내며 세입자로 살고 있다. C 씨는 “남들에겐 투기로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이 계속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처럼 공무원들이 특공으로 받은 아파트에 살지 않고 전매, 매매, 전월세 등으로 거래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세종시 아파트를 보유하기만 하고 세종에는 살지 않는 외지인 비중도 늘었다. 2019년 기준 세종시에 있는 전체 10만4383채의 주택 중 35.3%에 해당하는 3만6841채를 외지인이 갖고 있다. 이 같은 외지인 주택보유비율은 전국 평균(13.5%)의 2.6배 수준에 이른다. 외지인의 투자 수요가 많은 편인 서울의 외지인 보유율(15.4%)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것이다.

외지인 보유 주택이 많다 보니 세종시에는 무주택 가구 비중이 46.5%에 이른다. 이 같은 무주택 가구 비중은 서울(51.4%)에 비해서는 낮지만 전국 평균(43.7%)보다는 3%포인트가량 높다. 정부가 공무원 등 이주자들의 세종 정착을 위해 쏟아낸 특공 물량 중 상당수가 투자용으로 활용된 셈이다.

‘특공 재테크’ 논란과 관련해 세종시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지 중개업소에서는 이전 기관 종사자 중 특공을 투자용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아는 사람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고 했다. 민간기업에 다니는 D 씨는 “교육기관이나 의료기관, 민간기업에도 특공 자격을 주다 보니 ‘세종시로 이전할 회사에 미리 입사해 특공만 받고 퇴사하면 된다’는 얘기가 예전부터 공공연히 나돌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주택법을 개정해 특공을 받는 사람들에게 7월부터 3년 실거주, 8년 전매제한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 같은 규정은 새로운 법이 시행된 이후 분양을 받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실제로 이전하지 않은 관세평가분류원의 경우 특공 혜택을 환수할 방법을 찾는 중”이라며 “정상적으로 이전한 기관의 종사자라면 특공만 받고 실거주하지 않았어도 제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아파트 특별공급#실거주#분양#관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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