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가상화폐 거래소 대상 계좌 발급 않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3일 17시 07분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실명 입출금 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수수료, 계좌 확대 같은 이익보다는 자금세탁, 해킹 등 코인 거래소의 사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 기간이 끝나는 9월 말 은행 실명 계좌를 갖추지 못한 200여 개 거래소들의 ‘무더기 폐쇄’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하나, 우리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 계좌 발급 등의 계약을 하지 않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의 계좌 개설 신청을 아예 받지 않거나 검증 기준을 까다롭게 해 사실상 실명 계좌 발급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3월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9월 24일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게 되고 은행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하면 영업을 할 수 없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실명 계좌 발급을 위한 거래소 검증 기준을 마련해 은행들과 실제 적용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가 자금세탁 등 범죄 연루 위험이 크고 금융사고가 날 경우 은행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자금세탁이나 해킹 등에 이용될 위험이 있어 거래소와 계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등 실익은 적은데 금융사고 부담은 커 섣불리 거래소와 제휴를 맺기 힘들다는 내부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 은행 실명 계좌를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네 곳뿐이다. 코빗, 빗썸을 대상으로 실명 계좌를 발급하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재검증에 들어갈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코빗 측에 위험평가 등을 위한 보완 자료를 요청했다”며 “면밀한 검토 후 계좌 발급을 위한 계약 연장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규제 강화에 은행권의 거래소 계좌 발급 거부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가상화폐 가격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은 4612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13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8073만 원)와 비교해 42.9% 하락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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