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1765조… 1년 만에 154조↑
코로나 따른 생활자금 대출도 늘어
금리 뛸 가능성 커 이자부담 비상
가계부채가 1년 새 150조 원 넘게 불어나며 또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자금 대출이 이어지는 데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지속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1분기(1∼3월)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0조 원 넘게 급증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765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조6000억 원(9.5%) 늘어난 것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폭으로도 사상 최대였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과 결제 이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더한 실질적인 가계부채를 뜻한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처음으로 17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증가 폭을 키우고 있다.
이는 집값이나 주식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빚투 대출에다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등이 영향을 미쳤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매매,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생활자금 수요, 주식 투자 수요 등으로 기타대출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35조 원으로 1년 전보다 71조4000억 원 불어났다. 증가 폭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다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증가 폭은 14조2000억 원에 그쳤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와 은행들의 우대금리 축소 등 대출 관리 노력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
주택담보대출(931조 원)도 1년 전보다 72조8000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와 기타대출을 합한 가계대출 잔액 역시 사상 최대인 1666조 원으로 1년 새 144조200억 원 불었다.
1분기 판매신용 잔액은 9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9조4000억 원(10.5%) 증가했다. 판매신용이 1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인 건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어진 소비 부진이 다소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출 금리가 뛰고 있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 회복세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도 늘었다. 이날 한은이 내놓은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금리수준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6포인트 오른 118이었다. 2019년 2월(120)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6개월 뒤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계속되는데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빚으로 버티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며 “자금 수요는 그대로인데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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