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vs 서울시, 2·4대책 후속 조치 발표 날 재개발 규제 완화 내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6일 11시 15분


서울 중랑구 중랑역 역세권 개발사업 조감도. 국토부 제공
서울 중랑구 중랑역 역세권 개발사업 조감도. 국토부 제공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과 용마터널 주변 저층 주거 밀집지역과 인천 제물포역 인근 역세권 등 8곳이 대규모 도심 고밀 개발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2·4 대책’ 후속조치의 하나로, 이번이 4번째다.

이번에 발표된 후보지까지 포함하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는 모두 46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12곳은 지역주민 10%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 예비지구로 지정될 요건을 갖추게 됐다. 또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과 수색14구역은 주민 3분의 2 이상이 사업에 동의함에 따라 본지구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와 관련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조속한 주택공급과 주거안정을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단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로 정부 주도 공급대책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주도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서울 상봉터미널, 인천 제물포역 일대 고밀 개발
국토부 제공
국토부 제공
국토교통부는 26일 이런 내용으로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2·4대책) 4차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과 용마터널 인근 저밀 주거 밀집지역 2곳과 중랑구 중랑역·사가정역·용마산역 역세권 3곳, 인천 미추홀구 제물포역과 부평구 동암역·굴포천역 3곳 등 모두 8곳이다. 정부 계획대로 개발이 되면 중랑구에선 4200채, 인천에선 7400채 등 모두 1만1600채의 주택이 공급 가능한 물량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는 1만㎡ 이상의 노후 주택 밀집지역이거나 5000㎡ 이상 규모의 역세권 지역과 준공업지역에서 선정된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는 모두 이런 요건을 갖췄다. 다만 역세권 반경 범위가 인천은 승강장 500m로 서울(350m)보다 확대 적용됐다.

국토부는 8곳에 대해 용적률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할 때보다 평균 76%포인트 더 높여주고, 기반시설 기부채납 비율도 15% 이내로 낮춰줄 방침이다. 이에 따라 주택공급 물량은 자체 개발 때보다 평균 400채 가량, 주민이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은 평균 24%포인트 정도 향상될 것으로 추정했다.

눈길을 끄는 곳은 면적만 10만㎡에 육박하는 인천 제물포역 역세권이다. 입지여건이 좋은 데도 2010년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개발이 멈춘 곳이다. 국토부는 상권 재정비와 주거환경 등을 통해 주택 3104채를 짓고, 중심상업지로서의 기능을 되살릴 계획이다.

상봉터미널 주변 일대 단독·다세대·연립주택 밀집지역도 관심 대상이다. 상봉터미널은 1985년 설립돼 2000년대 이정까지 서울과 강원도와 한강이북 경기도 북동부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허브였다. 하지만 현재는 동서울터미널에 대부분의 기능을 넘겨주고 거의 개점휴업상태이다. 국토부는 이곳에 1132채의 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 은평구 수색14구역도 본지구 지정 요건 확보
국토부는 이번 후보지까지 포함하면 모두 22만8400채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택지를 확보한 셈이라고 밝혔다. 이는 ‘2·4대책’을 통해 약속한 공급물량(83만6000채)의 27.3%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이번에 4번째 후보지를 공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6만 채 규모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동의 여부이다.

현재 46개 후보지 가운데 주민 10% 이상이 찬성 의사를 밝힌 곳은 12곳이다. 모두 서울지역으로 △도봉구 쌍문역 동·서측과 방학역 인근, 쌍문1동 덕성여대 인근 △영등포구 신길2·15구역 △은평구 녹번동 근린공원·불광근린공원·수색14구역·증산4구역 △강북 수유12구역·삼양역 북측 등이다. 이곳에서 공급 가능한 주택은 모두 1만9170채 정도이다.

특히 은평구의 증산4구역과 수색14구역, 2곳은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는 요건(주민 3분의 2 동의)까지 갖췄다. 증산4구역은 16만6000여㎡ 규모에 4139채 주택이 들어서고, 수색14구역(면적 4만2200㎡)에서는 944채가 지어질 예정이다.

국토부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후속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주민 동의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해당지역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를 거쳐 사업계획에 대한 2차 주민설명회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시동 거는 오세훈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는 큰 걸림돌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2021.5.26/뉴스1 © News1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2021.5.26/뉴스1 © News1
국토부가 공공주도 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2·4대책’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다. 무엇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내세우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게 큰 걸림돌이다. 주민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국토부와 서울시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오 시장은 2025년까지 주택 24만 채를 공급하기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26일 발표했다. 국토부 발표보다 1시간 앞선 오전 10시에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핵심은 재개발을 통해 연평균 2만6000채씩, 총 13만 채, 재건축에선 연평균 2만2000채씩, 총 11만 채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박원순 전 시장이 재임했던) 지난 10년 간 계속된 지나친 공급 억제 위주 정책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주택 수급 균형이 무너졌고,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지금의 대참사가 벌어졌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이날 발표에선 재개발 관련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재건축의 경우 일부 단지에서 시장 교란행위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집값 자극이 덜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는 재개발 관련 규제를 우선 손댄 것이다.

규제 완화 방안은 모두 6가지다. ①‘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②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기간 단축(5년→2년) ③ 주민동의율 민주적 절차 강화 및 확인단계 간소화 ④ 재개발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구역 지정 ⑤ ‘2종 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통한 사업성 개선 ⑥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 통한 구역 발굴 등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이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15년 도입된 주거정비지수제는 정비사업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지수는 구역의 면적과 노후도, 노후도 연면적, 주민동의율 등을 일정기준 이상 갖췄는지를 판단해 정해진다.

이 가운데 노후도 연면적은 재개발 사업 추진의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로 꼽혔다. 30년 이상 건물 수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인 동시에 연면적 60% 이상을 만족해야 하는데 연면적 기준이 들어오면서 사업의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재개발이 필요한 노후 저층주거지 중 법적 요건이 충족되는 구역은 전체의 약50%에 달한다. 하지만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재개발 가능지역은 14%로 대폭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노후 저층주거지가 주거환경은 날로 열악해지지만, 재개발이 불가능해 슬럼화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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