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보다 저렴한 전월세를 공급해 오던 등록 임대사업자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추진한다. 현 정부 초반만 해도 임대등록을 권장하던 정책 기조를 180도 바꾸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하려는 취지이지만 매물 유도 효과보다는 임대 물량을 줄여 전월세 시장의 불안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특위는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해 집값의 60∼7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대출 규제 완화 방안도 내놨다.
○ 빌라 다세대 등 모든 주택 임대사업 폐지
27일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금융, 세제 개혁안’에서 기존 주택을 매입해 세를 놓은 임대사업자(매입 임대사업자)의 신규 등록을 주택 유형과 상관없이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에서 아파트에 대한 임대사업자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이를 오피스텔이나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등 비(非)아파트까지 확대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사업자는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면 자동 말소된다.
이는 여당 내에서 임대사업자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위안이 현실화하면 원룸과 빌라 임대사업자의 신규 등록이 막힌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등록 임대주택은 총 108만 채로 비아파트가 85만 채에 이른다. 임대사업자 지위를 유지하면 주어지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도 없어진다. 매입 임대주택은 남은 의무임대기간을 감안하면 2031년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당 특위는 또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주택을 6개월 안에 팔아야만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지금은 언제 팔더라도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사업자가 서둘러 주택을 처분하도록 압박해 매물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효과는 미미한 반면 임대료 상승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등록 매입 임대주택의 80%는 원룸, 빌라, 오피스텔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택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임대사업자들이 자동 말소된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원룸 10개짜리 다세대 건물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10주택자가 되면서 종부세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사업자 폐지가 전월세 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무주택 실수요자 주택대출 확대
현재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집값의 50%, 조정대상지역에서 6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를 10%포인트씩 더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대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집값도 투기과열지구는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 이하로, 조정대상지역은 5억 원에서 8억 원 이하로 3억 원씩 높이기로 했다.
우대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무주택 신혼부부의 소득 기준도 현행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완화된다. 다만 가계대출 급증 우려 등을 감안해 총 대출한도를 4억 원으로 했다. 만약 서울에 8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현재는 3억2000만 원만 대출이 가능한데 특위안을 적용하면 4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최근 수도권과 대전, 대구 등에서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대출 규제 완화를 계기로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며 가격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산세 감면 대상을 공시가격 9억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시가격 6억 원 초과∼9억 원 미만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를 현행 0.4%에서 0.05%포인트 낮은 0.35%로 인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경우 총 44만 가구가 가구당 연간 18만 원의 세금을 감면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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