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글 CEO “AI가 메일 쓰고 이어폰이 실시간 통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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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르 피차이 국내 언론 단독 인터뷰
“저널리즘이 민주주의 근본… 양질의 뉴스 생산 돕겠다”
“세계 언론사 돕는 게 구글의 책임…3년간 뉴스 제작에 10억달러 투자”

18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I/O)’에서 강연하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그는 27일 동아일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7개 언론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근본인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사를 돕는 건 구글의 책임”이라며 “정보를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명으로 컴퓨터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을 발전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제공
18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I/O)’에서 강연하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그는 27일 동아일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7개 언론사와 공동으로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의 근본인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언론사를 돕는 건 구글의 책임”이라며 “정보를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사명으로 컴퓨터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을 발전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제공
“저널리즘은 민주주의의 근본입니다. 구글의 모든 리소스(자원)를 활용해 전 세계 언론사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것이 ‘구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49)는 27일 동아일보와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양질의 뉴스 콘텐츠 생산을 돕고 ‘허위 정보’를 거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최근 미국, 호주 등 각국 정부와 의회로부터 뉴스 사용에 대해 언론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일본, 인도,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사 7곳이 공동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동아일보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피차이 CEO는 “뉴스의 영향력을 믿고 있다”면서 “구글이 3년 동안 뉴스 제작에 10억 달러(약 1조1170억 원)를 투자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뉴스 전용 플랫폼인 ‘뉴스 쇼케이스’를 론칭해 지난달까지 13개국 500여 언론사들과 콘텐츠 사용 계약을 맺었다. 아시아에선 일본, 인도 언론사들과 제휴 논의를 시작했고 한국은 2, 3년 안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구글은 항상 이용자가 양질의 정보를 제공받기를 원한다”며 “뉴스 쇼케이스를 발표한 이유도 언론사가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게시하고 인터넷에 노출시키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뉴스를 보여주거나 언론사 자체의 구독자 수를 늘리는 방안 등 다양한 언론사와의 협력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차이 CE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허위 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구글이 신뢰할 수 있는 매체나 보건당국과 논의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상위 검색 순위로 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언어와 맥락을 더 잘 이해하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되면 허위 정보 대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AI가 메일 쓰고 이어폰이 실시간 통역… 컴퓨터가 전염병 예측-차단 시대 올것”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7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 테크 기업인 구글의 미래 기술과 혁신의 목표를 ‘인류를 돕기 위한 유용성(helpfulness)’이라고 요약했다.

피차이 CEO는 유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 분야로 언어를 꼽았다. “언어는 인류의 근간”이라며 “구글은 언어를 더 잘 이해하는 AI와 같은 진보적 기술 개발에 노력해왔고,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생중계된 ‘구글 개발자 대회(I/O)’ 기조연설에서도 “언어의 풍부함과 유연함은 인류 최고의 도구이자 컴퓨터 과학의 가장 큰 과제”라며 차세대 AI 대화모델 ‘람다(LaMDA)’를 공개했다.

람다는 이미 학습한 데이터에서 답을 찾는 기존 AI와 달리 사고와 추론을 통해 자연스럽고 창의적인 답변을 할 수 있다. 람다는 구글 개발진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명왕성이나 종이비행기로 의인화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농담과 격려까지 주고받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피차이 CEO는 “람다는 아직 연구 초반이지만 2, 3년 안에 다양한 제품에 접목해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지메일(구글의 e메일 서비스)에 적용해, 사람이 작성 중인 메일을 (람다가) 완성하는 기술도 가능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피차이 CEO는 증강현실(AR) 및 웨어러블 기술 개발에 대해서는 “인간이 컴퓨터를 이용해 세상을 보다 총체적인 시각으로 보고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AR가 구현되면 구글 지도를 보며 시내를 돌아다니고 현장에서 바로 저녁 식사 장소를 검색할 수 있다. 통역 기능을 갖춘 무선이어폰 ‘픽셀 버즈’도 인터페이스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사례”라고 했다. 그는 특히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사물을 인식해 번역이나 검색 등을 돕는 ‘구글 렌즈’가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 렌즈는 인간의 전문성을 돕는 기능도 한다. 그는 “AI 스캐닝이 유방 촬영 엑스레이를 더 잘 판독해 유방암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모든 것은 이미지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고 했다.

구글이 10년 내 구축을 목표로 공을 들이고 있는 ‘양자컴퓨팅’(양자역학에 기반해 연산 속도를 높인 미래형 컴퓨터 기술)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피차이 CEO는 “자연은 복잡하고 예측이 어려워 전통적인 컴퓨터로는 의미 있는 날씨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 어렵다. 자연이 기본적으로 양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자연을 시뮬레이션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컴퓨팅을 통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비료를 대체할 친환경 비료를 생산하거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발발하기 전에 막는 표적 의약품 등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봤다. 또 양자 암호 기술은 2, 3년 안에, 양자 클라우드 기술은 4, 5년 안에 금융기관을 시작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차이 CEO는 기술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AI의 부작용에 대해 “혁신에는 이점도 있지만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도 책임감 있는 AI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또 “AI 윤리에 대해 구글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고, 파리기후협약처럼 AI에 대한 글로벌 협약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 사용료와 개인정보 보호 등 구글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선 ‘이용자 선택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들은 서비스의 가치를 이해하고 본인에게 맞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유튜브가 프리미엄 서비스(광고 없는 유료 멤버십)를 제공하는 것처럼 뉴스 콘텐츠를 돈 내고 볼지도 뉴스의 가치를 아는 이용자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사생활 보호’를 내세우며 페이스북에 제공되는 정보를 제한하는 등 이슈화시킨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구글도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선택권을 이용자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현재보다 쉽게 자신의 정보 이용을 허락할지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타깃 광고’에 쓰이는 정보의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자동차 광고 업체에 필요한 정보는 대상자가 자동차에 관심 있는지일 뿐”이라며 “이름 등 개인정보 없이도 충분히 효과 있는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차이 CEO는 코로나19가 끝나더라도 근무형태가 과거로 회귀하기보단 다양해지고 유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구글의 근무 형태에 대해 “협업을 중시하는 구글의 문화가 바뀌진 않겠지만 좀 더 목적 지향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1주일에 2, 3일 정도 특정 목적으로 사무실로 출근하고, 필요하면 다른 지역 사무실로 출근해 원격근무를 하는 등 유연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각국 빅테크 규제에… “구글, 현지법 준수할것”

각국 정부가 구글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구글이 현지법을 존중하고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각 국가의 국내법을 항상 존중하며 건설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피차이 CEO는 “기술의 빠른 변화에 정부 규제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는 자연스러우며, 기업으로서 거쳐야 할 절차와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피차이 CEO는 “해당 국가의 입법 절차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한다. 필요하면 저희 의견도 제시하고 입장도 피력한다”고 했다. 구글은 정부의 법적 지침이나 정보 요청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를 발행하고 있다.

다만 독점 논란에 대해선 “구글의 기술과 서비스가 사회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저들이 구글을 선택하는 이유는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며 경제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구글이 견지하는 ‘오픈 인터넷’ 원칙도 강조했다. 피차이 CEO는 “정보를 체계화하고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는 것이 구글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각국은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확장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한국에서도 구글이 자사 결제 시스템 이용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 지배력 남용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이를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인도도 소셜미디어 운영사들이 준법 감시인과 고충처리 담당자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이건혁 기자
#구글 ceo#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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