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아파트 한 채(전용면적 84m²)를 가진 50대 회사원 김모 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올해 처음 납부 대상이 됐지만 최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상위 2%에만 종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변수가 생겼다. 김 씨는 “주택 공시가격이 얼마여야 상위 2%에 드는 건지 확실한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지난달 27일 공개한 종부세·양도세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시가격 상위 2%에 종부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올해 세금이 얼마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깜깜이’ 과세라는 비판이 크다. 공시가는 매년 변하니 내 집이 상위 2%에 들지 미리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양도소득세 개편안은 12억 원 초과 주택 보유자의 경우 양도 차익이 크면 오래 보유해도 공제 혜택을 줄여 불만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깜깜이’ 종부세, 집값 떨어져도 세금 더 낼 수도
현재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 9억 원까지, 다주택자는 주택 공시가를 합산해 6억 원까지 공제해준다. 하지만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에서 “종부세를 공시가 상위 2%에만 과세하겠다. 매년 6월 1일에 맞춰 1주택자의 공제금액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달 중 최종안을 이렇게 정하면 주택 보유자들은 매년 6월 1일까지 자신이 종부세를 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같은 종류의 세금인데 1주택자와 다주택자의 과세 기준이 달라지는 혼란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1주택자는 매년 일정 비율에 맞춰 종부세 과세 대상이 달라지고, 다주택자는 지금처럼 공시가 합산 가격 기준을 넘어서면 과세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1세금 2기준’ 논란이 일자 민주당 김진표 특위 위원장은 최근 라디오에서 “부동산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공시지가로 다 합친(합산한) 뒤 (합산액) 상위 2%에 과세”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저가 주택 여러 채를 갖고 투기하는 다주택자는 과세를 피하는데 초고가 주택 1채만 가진 사람은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
‘상위 2%’라는 비율을 과세 기준으로 정하면 부동산 시장 침체기엔 집값이 전년보다 떨어졌는데도 종부세 대상에 새로 포함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정부 내부에선 “집값이 떨어졌는데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12억 원 초과 주택은 장기 보유해도 공제 축소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재 시세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 대신 12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양도차익별로 상한을 두기로 했다. 지금 장기보유자는 보유기간에 따라 최대 40%, 실거주 기간별로 최대 40% 등 총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이번 안은 여기에서 보유기간 공제만 차익이 클수록 줄였다. 집값이 12억 원 이하면 차익이 얼마든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지만 그보다 조금이라도 비싼 주택은 오래 보유해도 공제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서울 송파구의 전용면적 84m² 아파트를 보유한 박모 씨는 “집을 오래 보유할수록 차익이 커지게 마련인데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세금을 더 내라는 건 역차별”이라고도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선을 앞두고 여론에 따라 세제가 오락가락하며 시장의 불신과 불안만 더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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