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탄소의 배출량과 흡수량이 똑같아 순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탄소중립이라 한다. 정부는 2050년까지 한국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점에서 2일은 의미 있는 날이다. 바로 유기농데이이기 때문이다.
6월 2일의 6(육)과 2(이)를 소리 나는 대로 이어 읽으면 ‘유기’가 된다. 유기농업의 그 유기다. 유기농의 가치를 알리고 그렇게 재배한 작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친환경 농업 단체들은 2006년부터 이날을 유기농데이로 정했다. 유기농의 가치는 기후 변화에 직면한 요즘 더욱 빛을 발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탄소배출을 감축하거나 탄소를 흡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까지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유기농을 통해 조성된 토양 등의 생태계가 탄소의 흡수와 저장에 매우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다.
유기농, 즉 친환경 농법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한다. 이 때문에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제조할 때 나오는 탄소 발생을 막거나 크게 줄인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유기농이 대기 중 탄소를 저감한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대 케이트 털리 교수 연구팀과 오가닉센터(the Organic Center)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친환경 농법을 시행한 땅이 대기 중 탄소를 다른 땅보다 더 많이 가둬놓는 효과가 있었다. 이들이 올 3월 미국의 농업생태학전문지 ‘농업, 생태계, 환경(Agriculture, Ecosystems and Environment)’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특정한 유기농 토양 관리 기법을 활용한 농지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지보다 탄소를 평균 18% 더 머금고 있었다. 특히 퇴비 등을 쓰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산물의 뿌리가 더 깊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고 수분을 더 잘 빨아들이도록 토질 자체가 바뀌었다. 이렇게 토질이 개량되면 토양이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총량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는 올해 유기농데이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다.
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경기 과천시 경마공원의 전국 최대 농산물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에서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각종 농산물을 살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 한마당’이 열린다. 이날 전국 25개 대학 구내식당에서는 친환경 농산물로 만든 점심 2만 명분을 제공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해준다. 또 이날 카카오톡 채널 ‘유기농 알리미’를 추가하면 16종의 캐릭터로 제작한 이모티콘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경기 양평 연천 안성, 강원 원주, 충북 괴산, 전남 장성 등의 친환경 논 6곳에서 직접 모내기를 해볼 수 있는 ‘친환경 벼농사 체험’이 열렸다. 이곳에서는 가족 단위 중심으로 모인 시민 500명이 못줄에 맞춰 손으로 모를 심었다. 그 전주에는 사전 신청한 850명에게 집에서 벼를 키워볼 수 있도록 유기농 벼를 심은 화분을 나눠 줬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가치소비’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징이다. 기후 변화를 늦출 수 있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사는 것도 가치소비라는 인식이 MZ세대 사이에 퍼지고 있다.
주형로 친환경농산물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일 “유기농데이 행사를 통해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를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며 “친환경 농산물을 많이 구입해 더 많은 땅이 건강해지는 선순환에 동참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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