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대한민국] 2부 포스트 코로나, 기업이 힘이다
<3> 친환경 ‘퍼스트 무버’ 도전 기업들
코로나19로 시장과 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들이 ‘퍼스트 무버’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배출된 탄소만큼 다시 흡수해 결과적으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게 사업구조를 바꾸는 것이 대표적이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은 더 이상 비즈니스 모델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외 연기금들이 환경을 해치는 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친환경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에 필수가 됐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18년 국내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7억2760만 t 중 산업 공정에서 나온 건 5700만 t이었다. 전력 발전 등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 6억3240만 t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탄소를 배출한 분야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선 기업활동이 ‘탈(脫)탄소’로 옮겨가야만 한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친환경 사업 추진은 코로나19 이후 재편될 세계 경제구조에서의 주도권 확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열린 ‘2021 P4G 정상회의’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이 오랫동안 이윤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경영활동을 한 결과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 문제를 일으켜 왔다. 이제 기업은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과 자원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로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과거와는 다른 ‘전략적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이전에 경쟁관계에 있었을지라도 미래 사업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손을 잡는 것이다. 최대 철강 수요처이자 공급사인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는 수소 관련 사업을 함께하기로 두 그룹 총수가 손을 잡았고,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현대차그룹, SK그룹, GS그룹 등이 협업하고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에서는 제조업, 운송업 등 여러 분야의 기업 간 협업이 친환경을 기치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불과 2, 3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수소산업은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꼽히며 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를 승용차에 이어 버스, 트럭 등 상용차로도 선보이기 시작했고, 정유업계는 석유를 대신해 수소를 생산, 저장, 유통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현재 그룹 매출의 주축인 내연기관 자동차 사업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전용 전기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2040년까지 한국,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모든 차종을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으로 바꾼다. 수소연료전지 사업도 본격화한다. 지난해 전용 브랜드 ‘HTWO’를 선보인 데 이어 한국, 미국, 유럽, 중국을 거점으로 2030년 70만 기의 수소연료전지를 판매할 계획이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철도차량, 선박 등에도 수소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1위 조선그룹인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조선해양이 수소 운반선은 물론 수소연료전지로 가동하는 선박 건조기술 개발에도 나서며 ‘수소 전문 조선·에너지그룹’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소를 자동차 및 발전용 연료로 공급하며 현재 매출의 85%인 정유사업 비중을 2030년 40%로 줄일 방침이다.
2019년 국내 철강산업에서 나온 온실가스는 한국 전체 배출량의 16.7%(1억1700만 t)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 자체 발전소도 운영해 단일 산업 중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철강업계는 친환경 제철 공정 마련이 기업 생존에 필수 요소가 됐다.
철강업계가 눈을 돌린 건 수소환원제철 공정이다.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해 순수한 철을 얻는 데 필요한 환원재로 일산화탄소 대신 수소를 쓴다. 철강뿐 아니라 친환경차 부품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히는 포스코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모든 철강 공정을 수소환원제철로 바꿀 방침이다. 현대제철도 관련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철강 공정에서 나온 수소를 외부로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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