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꾀한다며 추진하는 각종 해법들을 놓고 갈짓자 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제 폐지 방침은 관련 단체와 여론의 반발에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 부담 완화 방안은 내부 반대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폭탄 수준이 될 것으로 예고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마땅한 후보지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여당의 이같은 오락가락 행보가 이어지면서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다. 집값과 전세금이 다시 상승폭을 키우기 시작했고,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에 대한 매수심리도 오름폭이 커졌다.
● 민간임대등록 폐지“→”임대사업자 특혜 취소 안된다“
민주당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공개하면서 ”모든 주택 유형에 대한 매입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7·10대책’을 통해 아파트에 대한 매입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중단하기로 했다. 따라서 이날 발표로 임대사업자 제도는 사실상 폐지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방침은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고, 정책 일관성만 훼손하는 조치라는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매입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는 4년 이상 장기 안정 임대료를 유지할 유인을 없애는 셈“이라며 ”(여당의) 민간 임대시장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보여준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임대사업자들의 모임인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1일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탄원서까지 제출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낀 민주당은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민주당 부동산 특위 소속 홍기원 의원은 지난달 30일 주택임대인협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특위가 공개한 개선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송영길 당 대표는 2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대국민 보고회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도 축소해선 안 된다“며 아예 뒤집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다.
● 오리무중인 종부세·양도세 완화
종합부동산와 양도세 완화는 당내 이견으로 제자리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송영일 당 대표를 중심으로 종부세 등의 완화를 추진하자는 측과 ‘세제 완화는 문재인 정부 지우기와 다름없다’며 반대하는 측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종부세를 ‘상위 2%’에만 과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부자 감세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하는) 의원들의 이해를 구하도록 할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양도세에 대해서도 ”지난해 서울 평균 아파트 거래가격이 12억 원으로 대부분의 중산층이 양도세 대상“이라며 ”중산층이 양도소득세와 대출 규제로 집을 팔고도 새 주택으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인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세금 완화를 하면 기존 정책 기조에 혼선이 있을 수 있고, 당의 가치도 흔들린다“며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결국 이런 반대에 부딪혀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도 재산세 완화 방안만 당론으로 내놨을 뿐이다.
● 설익은 공급 확대 방안
민주당은 시장 안정을 위해서 ‘공급 대책’에도 공을 쏟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당 정책위와 정부 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TF)를 별도 구성해 정례 당정회의를 갖고, 주택공급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곳에서 추가공급대상을 발굴하고, ‘연도별·프로젝트별 공급 로드맵’을 마련하는 한편 이를 위한 입법·재정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미 2·4대책을 통해 83만6000여 채 공급 계획을 세운 상태에서 추가 공급 방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2018년부터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내놓는 등 2025년까지 총 205만 채를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미 시장에서 원하는 지역의 토지는 대부분 사업지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민주당도 이를 의식한 듯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기업들에게 주택 공급용 용지를 찾아내도록 닦달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의 한 의원은 ”신도시 내 토지들 중에서도 어찌됐든 주택이 가능한 토지들은 조금이라도 찾아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공급은 말 그대로 시간이 좀 걸린다“며 ”공급은 6월에 챙기고 멈추는 게 아니라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여당 발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세조정 수준일 뿐이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동향브리핑’ 최신호에서 ”(민주당이) 신규 발표한 공급 물량 규모가 적고, ‘누구나 집’, 1기 신도시 리모델링 활성화 등은 부지 확보가 어렵고, 재원 확보나 주민동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등 활성화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집값·전세금, 오름폭 다시 확대
민주당이 부동산시장 안정방안을 놓고 우물쭈물하는 동안 집값과 전세금은 다시 오름세를 키우고 있다.
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다섯째 주(5월3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전국 매매 가격은 0.25% 올랐다. 이전까지 6주 동안 0.23%의 상승률을 유지하다 커진 것이다. 특히 서울의 상승률은 0.11%를 기록해 지난해 7월 첫째 주(0.11%)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101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던 서울 전세금도 전월세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더 뛰었다. 0.06%로 전주(0.04%)보다 상승폭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반포 재건축 단지 이주 영향을 받고 있는 서초구의 경우 지난주 0.16%에서 이번 주 0.26%로 올랐다.
게다가 매매와 전세 수급지수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 아파트 5월 다섯째주 매매수급지수는 104.6으로, 전주(104.3)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전세 수급지수도 107.0을 기록해 전주(105.6)보다 1.4포인트 높아졌다.
수급지수가 오른다는 것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고, 전세를 찾는 사람이 매물보다 많아졌고, 그만큼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