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집단면역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 지속 기간과 변이 바이러스 등장을 감안하면 안정적 백신 확보는 여전히 시급한 과제다. 정부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산 백신 개발에 진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험난한 백신 개발 관문인 임상 3상을 원활하게 진행할 지원 방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3일까지 총 8개 품목의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3종의 백신 후보물질을 임상 중인 가운데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국제백신연구소가 각각 임상 중이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국산 코로나19 백신 2종이 인허가 단계까지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국내 개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임상 3상을 지원하기 위한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공개했다.
정부가 마련한 표준안에 따르면 앞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때 수만 명에 이르는 임상 3상 피시험자를 모집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 간 면역원성을 비교해 유효성을 평가하는 ‘비교임상’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이용하면 최소 3000명 수준의 피시험자로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다.
백신의 임상 3상은 통상 수만 명의 임상 참가자를 백신 투여군과 위약 대조군으로 나눠 백신과 위약을 투여해 효능을 평가한다. 위약 대조군에서 100명의 감염자가 나오고 백신 투여군에서 20명의 감염자가 나올 경우 예방 효과를 80%로 본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임상 3상은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국내 개발 기업들은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글로벌 임상에 투입되는 비용을 확보하기 어렵고, 국내에서 예방접종이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대조군을 확보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표준안에서 명시된 면역원성은 백신 접종으로 면역을 성립시키는 것을 말한다. 임상시험에서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중화항체가 얼마나 생성됐는지 확인해 면역원성을 평가한다. 비교임상은 이미 허가를 받은 백신과 임상 중인 백신의 중화항체를 비교해 면역원성 데이터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임상시험 대상을 줄이고 대규모 위약 대조군이 없어도 임상 3상 시험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비교임상 방식은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 신속하고 저렴하게 임상 3상을 진행할 수 있지만 글로벌 임상 데이터가 부족해 해외에선 활용하기 어렵다. 국산 백신 개발회사 관계자는 “비교임상을 하면 시간이나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국내 허가가 나더라도 해외에서 인정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 기업은 비교임상 방식을 쓰지 않고 직접 해외에서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다. 제넥신과 셀리드는 인구 약 2억7000만 명에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천 명씩 발생하는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넥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유전자(DNA)를 주입해 인체 내에서 표면항원 단백질을 생성한 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DNA 백신(GX-19N)을 개발하고 있다. 제넥신은 이미 허가된 DNA 백신이 아직 없어 정부가 제시한 비교임상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제넥신 백신이 긴급사용 승인되면 현지에 바로 공급할 수 있는 1000만 도스 선구매 계약을 했다”며 “성공적으로 임상을 진행해 국내에도 공급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셀리드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에 임상 3상을 위한 의사를 전달했다. 제넥신도 올해 3월 인도네시아 대형 제약사 ‘칼베 파르마’와 인도네시아 식약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제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