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온라인투표서 과반 넘겨… 정식 조합원 투표도 통과 유력
면적 늘리고 분담금 낮추는 등… LH, 주민 요구 수용해 여론 설득
소형단지라 파급력은 크지 않을 듯
서울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공공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주민 동의를 확보해 공공재건축이 본격 추진되는 단지가 처음 등장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로 사업 추진에 필수인 주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기가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 요건을 충족한 첫 단지가 나오며 공공재건축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LH와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이달 3일 중곡아파트 소유주 270명을 대상으로 공공재건축 찬반투표를 온라인으로 실시한 결과 209명(77%)이 공공재건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공공재건축은 LH 등이 시행사로 참여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신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물 바닥 면적의 합)과 용도지역 상향 등 규제 완화를 해준다. 사업성이 낮아 민간재건축이 어려운 단지의 재건축을 추진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지난해 ‘8·4대책’에서 도입됐다. 소유주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추진할 수 있다.
중곡아파트는 1976년 준공된 소규모 단지다. 과거 민간재건축을 추진했으나 단지 중앙에 도로가 지나는 등 사업성이 낮아 무산된 뒤 공공재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1월 LH가 사업 첫 단계인 ‘사전 컨설팅’ 결과를 발표할 때만 해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공개된 ‘심층 컨설팅’에서 소유주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되며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심층 컨설팅에 나온 공공재건축 추진안에 따르면 중곡아파트 용적률은 현재 94%에서 300%로 증가한다. 가구 수는 276채에서 350채로 늘어난다. 이 중 35채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일반분양가가 사전 컨설팅 때보다 오르면서 조합원 분담금도 최대 4200만 원 줄었다. 평수가 작다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최소 평형은 기존 전용면적 35m²에서 44m²로 변경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온라인 투표가 법적 효력은 없지만 향후 정식 조합원 투표에서도 비슷한 찬성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올 9월 조합을 설립한 뒤 정식 조합원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LH는 연내 중곡아파트에 대한 정비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례가 다른 공공재건축 후보지로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토부는 올 4월 중곡아파트, 영등포구 신길3구역, 중랑구 망우1구역, 관악구 미성건영아파트, 용산구 강변강서 5곳을 공공재건축 후보지로 처음 선정했다. LH 투기 사태로 공공주도 방식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주민 동의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게다가 민간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굳이 공공재건축을 추진할 필요가 있냐는 여론이 일면서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경우도 적지 않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민간재건축 추진이 어려운 소규모 단지들에 공공재건축이 합리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는 선례가 나온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지 규모가 작다 보니 도심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거나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