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픽!… “없어서 못 판다” 즐거운 비명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11시 37분


골프장·자전거 코로나19 특수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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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자전거는 코로나19가 터진 초기 전반적인 소비 감축과 대외활동 위축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인 높은 것으로 평가받던 사업들이다.

그런데 이들 산업은 이제 ‘코로나 특수’라고 불릴 정도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된 뒤에도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 해외여행 대신 골프와 자전거에 빠지다
이런 호황을 이끈 주된 요인으로 MZ(밀레니얼세대+Z세대)와 여성들이 골프와 자전거 인구로 대거 ‘신규’ 편입됐다는 점이 꼽힌다.

골프와 자전거는 즐기는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입문하기가 망설여진다. 하지만 일단 문턱을 넘어서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재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어필했다는 것이다.

이는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6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KB 자영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 인구는 약 515만 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입문자들이 많아지면서 전년보다 골프 인구가 46만 명 늘었다. MZ세대가 포함된 20¤40세대가 3년 이하의 골프 입문자의 65%를 차지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지난해 체육 동호회 가입 종목 중 골프의 비율도 14.4%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7.7%)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KB경영연구소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MZ세대가 여윳돈으로 골프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4050세대의 전유물이었던 골프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국세청이 세금 자료와 외부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산업별 업종별 경제동향에서도 대표적인 ‘이동량 증가’ ‘매출액 증가’ 산업이 골프장 및 골프연습장이었다.

● 골프장 요금 급등…예약도 하늘의 별 따기
이같은 신규 수요 급증에다 기존 해외골프 여행을 다니던 중장년층 골프인구들까지 국내 골프장을 찾으면서 골프장 이용요금은 급격히 치솟고 있다.

매년 레저백서를 내고 있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가장 많은 골프장이 몰려 있는 수도권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는 주중 16.2%, 토요일 12.5% 상승했다. 충청권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도 주중 24.3%, 토요일 21.7% 인상됐다.

2019년 국내 퍼블릭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주중 12만8000원, 주말 17만7400원이었다.

요즘은 주중 오전 7~8시대, 오후 2시 전후 그린피는 수도권이나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북, 강원 퍼블릭 골프장 그린피는 20만 원대를 웃돈다. 토·일 주말에는 무려 30만 원에 육박한다. 그마나 예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서울 도심에서 떨어진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주중 할인이벤트가 많아 10만 원선에도 이용할 수 있었던 걸 감안하면 2배 이상, 체감상으로는 그린피가 1~2년새 2배나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골프장 예약관련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골프장들도 본격적으로 활황의 과실을 따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골프장 그린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에 속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08년 기준으로 한국과 선진 7개국 골프장 그린피를 조사한 결과 국내 골프장은 G7 국가 평균의 2.3배였다.

● 자전거업체 실적 날개 달았다
서울 성동구 뚝섬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  2021.5.26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 성동구 뚝섬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들. 2021.5.26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천리자전거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늘어난 44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30% 증가한 95억 원을 달성했다.

국내 자전거 수출 1위 기업인 알톤스포츠도 같은 기간 29% 증가한 118억 원의 매출액과, 950% 늘어난 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에는 만년 적자를 면치 못했고 알톤스포츠는 상장 폐지 직전까지 몰렸다는 설까지 나돌았던 회사였다.

2020년 삼천리자전거는 매출 1208억 원에 109억 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알톤스포츠 역시 450억 원의매출에 53억원의 흑자로 5년 연속 적자행진에서 벗어났다.

세계 최대 자전거 제조기업인 대만의 자이언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말까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트렉, 스페셜라이즈드, 캐나다의 써벨로 같은 고가 자전거 제조사들 역시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판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해 있는 직장인 윤영진 씨는 “1500만 원짜리로 자전거를 업그레이드하려고 알아봤더니 국내 매장에는 재고가 전혀 없고 본사에 주문을 하면 11월에나 가서야 받아볼 수 있는데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 산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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