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101주째 상승…3주간 오름폭 키워
임대차3법·稅 부담 강화·신규 물량↓…수급불균형 심화
“전세 매물 자체가 없어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워낙 매물이 없는 데다, 집주인 대부분이 전세 매물을 월세로 돌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하루에도 전세 매물을 찾는 연락이 수십 통씩 오고 있다”며 “전세 매물이 씨가 말라서 가격도 급등했다”고 전했다.
2·4 주택 공급 대책 발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강남 지역으로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 폭이 다시 커지고, 매물도 급격히 줄면서 전세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1451만원으로, 1년 전 가격인 4억8655만원에 비해 1억2000여만원(26%) 가량 상승했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강북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이 5억원을 돌파하는 등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7월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차 계약이 만료됐을 때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등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한 데다, 임대차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전월세신고제’가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수급불균형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유세 부담 강화와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 아파트 실거주 요건 강화 등도 한몫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3주 연속 횡보하며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 5월 다섯째 주(지난달 3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상승한 0.06% 기록했다. 서울은 지난 3~5월 0.03%의 비교적 낮은 상승률을 보이다, 최근 3주간 0.03%→0.04%→0.06%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정비사업 이주 영향으로 서초구(0.26%)의 전셋값이 급등했다. 또 매맷값 오름폭이 큰 노원구(0.10%)도 월계·공릉동 중소형 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와 함께 송파구(0.09%)는 신천·잠실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강남(0.04%)·강동구(0.02%)는 학군 양호한 대치·상일동 위주로, 동작구(0.10%)는 이주 수요 있는 노량진·흑석동 위주로 상승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갱신청구권 사용 및 계절적 요인 등으로 수급여건은 다소 안정세를 보였다”며 “이주수요가 있거나 중저가·신축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평균이 6억1000만원을 돌파했다. KB주택가격동향 월간 시계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619만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6억1451만원으로, 지난 4년 동안 1억8832만원(44.2%)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올해 서울 주택 임대차거래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지난 4월 부동산 거래현황에 따르면 올 1∼4월 확정일자 신고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서울 아파트 임대차거래 가운데 월세 거래 비중이 40.4%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월세 비중(29.8%)보다 10%p(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주택시장에선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전세 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임대차 3법의 본격적인 시행과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장기화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강화, 3기 신도시 청약 대기수요 증가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월세 가격 상승은 결국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셋값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변수인 신규 공급 물량은 하반기에 더욱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보호 3법과 실거주 의무 강화 등 전세난을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들이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전세난은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에 기인한 것으로 실제 신규 주택 공급까지 일정기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갈수록 커지는 재건축 기대감과 이주 수요 증가에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보유세 강화 등으로 세금 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해 전·월세 시장 가격이 상승하고, 덩달아 집값도 상승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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