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환경전문가 20%… 원전업계 반발 예상
산업부, 위촉 위원 17명→25명 증원
신재생-환경분야 5명 신규 위촉
원자력 전문가는 2명… 8% 수준
‘정부 입맛 맞게 구성’ 반발 일 듯
국가 전력정책을 심의하는 ‘전력정책심의회’가 최근 위원들을 대거 교체하며 전체의 20%를 신재생·환경 전문가로 채운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인원이 늘어나면서 전력과 원자력 분야 전문가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정부가 입맛에 맞게 위원회를 구성했다”는 원전업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8일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전력정책심의회 위촉직 위원 수가 17명에서 25명으로 늘었다. 기존 위원 중 14명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 교체되고 3명은 유임됐다. 모두 22명이 새로 합류한 것이다. 산업부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당연직 위원 수는 4명으로 같았다.
새롭게 꾸려진 위원회에는 신재생·환경 분야 전문가가 5명으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태양광 분야에서 장성은 요크 대표와 이영호 솔라커넥트 대표가 새로 임명됐다. 신재생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박승용 효성중공업 상임고문 등이 포함됐다. 환경 분야에서는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말에는 전력정책심의회 위원에 신재생·환경 분야 전문가로 분류된 인사가 없었지만 이번에 전체의 20%로 늘어났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과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이 영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원자력 전문가는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장과 황용석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등 2명이 포함돼 전체의 8%를 차지했다. 2016년 말과 인원수는 같았지만 전체 위원회 인원이 늘어나 비중은 낮아졌다. 원자력업계는 원전이 국내 전력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위원 수가 지나치게 적다고 지적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29.0%를 차지했다. 원전 발전량도 전년 대비 9.8% 늘어 주요 에너지원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전력 분야 전문가도 2016년 말과 같은 4명으로 변함이 없었다.
위원회에 들어간 원자력 전문가도 중립성이 약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원 중 박 원장이 소속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정부 출연기관이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인 의견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회의 A 위원은 “최근 한 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벌써 원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신재생 환경 분야에 비하면 원자력 분야의 목소리는 사실상 묻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전력정책심의회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해 출석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분야별 위원 구성과 비중이 낮아지면 관련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회의에 참석한 B 위원은 “정부가 탈원전 등 안건을 회의장에 가져오자마자 속전속결로 심의하다 보니 위원들이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고 정부 방향에 따라가야 했다”고 털어놨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이 부담되는 정책 결정을 심의회에 떠넘기는 식으로 위원회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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