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1초에 305만 원씩 불어나면서 국민 한 사람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가 1761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돌파하고 1인당 국가채무도 200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13일 오후 4시 반 현재 국가채무는 약 912조7736억 원이었다. 국가채무시계는 나랏빚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기준 올해 연간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예상치인 965조9000억 원과 올 2월 말 중앙정부 채무(853조6000억 원)를 적용해 추정한 수치다. 예정처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국가채무는 1초에 약 305만 원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나랏빚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국가채무 규모(1761만 원)는 1700만 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가채무를 2월 말 주민등록인구 5182만 명으로 나눈 수치다. 국가채무는 연말까지 965조9000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1인당 국가채무도 이 속도에 맞춰 증가한다.
정부가 내년까지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내년 국가채무는 1091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 역시 2000만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2014년 1인당 1000만 원을 넘어선지 8년 만에 1인당 국가채무가 두 배로 불어나는 셈이다.
2016년 626조9000억 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846조9000억 원으로 4년 만에 35.1%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4차례 추경을 편성하면서 국고채 발행 규모는 전년 대비 71.6% 급증한 174조5000억 원으로 커졌다. 세수는 쪼그라들었는데 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지난해 재정적자(통합재정수지) 규모는 역대 최대인 71조2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올 들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세금이 4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2조7000억 원 더 걷혔지만 빚을 줄이기는 어렵다. 정부는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부채를 줄이는 대신 2차 추경을 편성할 계획을 짜고 있다. 나랏빚 증가 부담을 의식해 정부는 2차 추경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가 세수로만 충당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세수의 약 40%는 현행법에 따라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써야 하는 만큼 추경 규모가 커지면 추가 세수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늘어난 세수도 부동산과 주식시장 호황에 따른 일시적 요인이 커서 안정적인 세수로 보기 어렵다. 여기에다 하반기(7~12월) 경제 여건에 따라 추경을 더 편성하게 되면 ‘국가채무 1000조 원’ 시대가 올해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국이 코로나19로 확대한 재정을 정상화하려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지출분석센터가 최근 내놓은 ‘재정동향’ 기고문에 따르면 독일은 4월 채택한 안정화프로그램의 중기목표로 일반정부의 구조적 적자 상한선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0.5%로 설정했다. 또 2023년부터 채무제한법을 적용해 신규 차입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을 내놨다. 프랑스는 경제 회복세에 따라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내년부터 2027년까지 공공지출 증가율을 0.7%로 제한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올해 예산안을 통해 9월까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적 지원의 대부분을 종료하고 고용 지원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한국도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서둘러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법제화해 2025년부터 재정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기준이 느슨한 데다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 논의마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향후 3년간 더 확장재정을 하겠다는 계획이라 우려스럽다”며 “올해 경제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부터라도 코로나19로 확대된 재정을 정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