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이 소리로 우울증 증상의 정도를 알아내는 새로운 진단 방법을 개발했다. 캐럴 에스피윌슨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는 8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미국음향학회에서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평범했을 때와 말하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목소리로 우울 정도를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공개했다.
말하기는 혀와 턱, 입술, 후두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복잡한 활동이다. 기관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거나 신경 조절에 이상이 있어도 즉각 말투나 목소리가 달라진다. 사고가 느려지면서 빠른 판단과 행동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우울할수록 말하는 속도도 느려지고 대화 과정에서 단어와 단어도 뚝뚝 끊긴다.
연구팀은 말소리에서 단어가 끊기는 현상을 인식해 우울증에 걸렸는지 구별하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으로 만들었다. 일반인과 우울증 환자의 말소리를 학습한 AI는 실제 입력된 목소리의 주인공이 우울증에 걸렸는지를 정확히 찾아냈다. 에스피윌슨 교수는 “우울증 여부는 물론이고 증상이 얼마나 심한지도 알아낼 수 있다”며 “경미한 환자에게 미리 위험을 경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소리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들이 대거 공개됐다. 브렉스턴 보런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벽과 구조물을 통해 잘 전달되는 100Hz(헤르츠) 이하 저주파 소음에 더 민감해졌다”며 “가상현실(VR)로 넓은 공간에 있는 것처럼 소리를 들려주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아레주 탈렙자데 미국 겐트대 교수는 치매 환자에게 시간과 장소에 대한 단서를 소리로 알려주면 환자들의 불안감을 60% 이상 완화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특정 시각과 위치에서 자연음이나 새소리, 빗소리 등을 가정 내 다양한 공간에서 울리도록 했다. 환자들은 자신이 속한 시간과 공간을 정확히 인지하게 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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