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인수 후 이스타항공 부채 커 인수 포기한 듯
쌍방울, 인수에 강한 의지…계열사와 시너지 낸다
하림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전을 포기한 반면 쌍방울그룹은 계획대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금융투자·항공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이날 오후 3시까지로 예정된 이스타항공인수·합병(M&A)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인수의향자는 10여곳에 달했지만 본입찰에는 쌍방울그룹만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계획했던 것보다 투자해야 할 금액이 많아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부채는 자본잠식 해결을 위한 금액 약 1000억원, 직원급여 등 탕감할 수 없는 빚 850억원 등 인수자가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큰 상황이다.
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와는 달리 LCC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잉 737·에어버스 A320 항공기가 물류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 등도 하림이 이번 인수전에 참전하지 않은 주된 이유로 꼽힌다.
팬오션의 경우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2200억원 수준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지만 인수 후 정상화하기에는 자산 규모가 부족할 수도 있었다.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하지 못한 하림그룹의 선택은 입찰포기로 기울었다.
이에 반해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크레인과 특장차를 제작하는 계열사 광림을 필두로 그룹 내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다.
쌍방울그룹의 광림 컨소시엄은 이날 열린 본입찰에 단독으로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광림 컨선시엄이 이스타항공 본입찰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쌍방울그룹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주력인 속옷 사업의 성장세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쌍방울은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 약 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본업이 아닌 방역마스크 제조 사업에 뛰어들면서 얻은 결과였다.
쌍방울그룹은 새 먹거리로 항공 사업을 낙점하고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이 중국 지역에 가장 많은 12개 노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지 공항을 운항할 수 있는 슬롯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우선 쌍방울과 비비안은 이스타항공을 연계해 중국 속옷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또한 계열사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과 및 매니지먼트 사업, 음원사업 등을 활용해 ‘K-컨텐츠 항공문화산업’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김정식 전 이스타항공 대표를 인수추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4년간 이스타항공 대표를 지낸 항공전문경영인이다.
김 위원장은 이스타항공 대표 재직 시절 만년 적자 기업에서 흑자 기업으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임금체불, 복직 등 노사갈등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를 받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안정적이고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무리한 인수를 진행한다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 대상이다. 이스타항공의 인수가는 최소 1500억원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매각은 조건부 인수예정자가 있는 ‘스토킹 호스’ 방식이다.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하는 가격 이상으로 써내면 인수할 수 있는 만큼 본입찰이 무산돼도 조건부 인수예정자로 매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 우선매수권자는 종합건설업체 ㈜성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인수 금액 규모를 비롯해 자금 투자 및 조달 방식, 향후 경영·사업계획과 비전 제시, 종업원 고용 보장 및 승계 여부 등을 평가해 오는 21일 최종 인수 후보자를 결정한다. 최종 인수 후보자는 회사에 대한 정밀실사를 진행한 후 내달 초 투자 계약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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