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개교 예정 에너지특화대… 교수채용, 목표정원 절반도 못채워
업계 “탈원전 기조따라 원자력 배제… 에너지 융복합 연구 취지 어긋나”
9월 신입생 뽑는데 이달 공사 첫삽… 文대통령 임기내 ‘졸속 추진’ 논란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로 추진돼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가 교수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운 데다 ‘원자력 분야’ 교수는 아예 뽑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원전 수출을 추진한다면서 정작 에너지특화대인 한전공대에 원자력 분야 전문가가 없는 셈이다. 미래 에너지 분야를 이끌 융·복합 인재를 양성한다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전공대에서 제출받은 교수 명단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정원 50명 중 22명이 교수로 채용됐다. 연구 분야별로는 △에너지AI(2명) △에너지신소재(8명) △수소에너지(3명) △에너지그리드(3명) △환경·기후기술(4명) △교육혁신(2명) 등이다. 이들 중 30대 교수가 36%(8명)를 차지했다. 최연소 교수는 30세다.
현재 채용된 22명의 교수 중 원자력 전문가는 ‘0명’이다. 신소재 분야에 핵융합 전문가 1명이 채용됐지만 핵융합은 상용화가 안 된 데다 원자력 산업과는 개발 방식이 달라 다른 분야로 봐야 한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원자력 업계는 산업 수요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반발한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가 한전공대 교수진 구성에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생산량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29.0%로 여전히 높다. 정부가 최근 미국과 원전 수출 협력에 나서기로 해놓고 정작 정부가 키우는 한전공대는 원자력 전문가를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의 경우 미래 핵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원자력은 수소에너지를 생산해내며 ‘그린수소’의 핵심 요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미래 에너지 산업은 기계, 전기, 전자, 건축, 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이 되면서 발전한다”며 “특정 분야를 배제하고 입맛에 맞게 교수를 뽑으면서 세계적 대학이 된다는 건 순진한 발상”이라고 했다.
한전공대를 조기에 개교하기 위해 체계적인 준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전공대 설립은 2017년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출발했다. 대통령 당선 직후 국정 과제에 들어갔다. 대학이 설립 인가를 받으려면 시설, 교원 등 요건을 갖춰야 해 통상 5년 넘게 걸린다. 한전공대는 올 3월 특별법이 마련돼 이런 절차 없이 내년 개교를 할 수 있게 됐다.
한전공대는 당장 9월에 내년 3월에 입학할 신입생 110명을 뽑기 위한 수시모집을 시작하는데 현재 교수 정원 50명 중 22명(44%)만 확보했다. 이달 1일 캠퍼스를 짓기 위한 첫 삽을 떴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연구소장은 “학교 시설이 아직 없고 세부적인 평가 기준이 부족해 수험생들의 반응은 아직까진 미지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산업은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장기적 청사진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전공대가 국내외 에너지 관련 학과와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한전공대 설립·운영비용은 2031년까지 1조6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기요금의 3.7%를 떼어 내 조성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학문 발전이 목적인 대학 설립에 정치 논리가 작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체계적인 준비 과정 없이 속도전에만 나서면 결국 한전공대도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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