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와 네이버 컨소시엄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것을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네이버와 쿠팡, 이베이코리아가 비슷한 점유율로 경쟁하면서 시장을 나누는 ‘3강 체제’였지만 이번 인수합병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연합군이 탄생한 셈이기 때문이다.
● 총수 회동 5개월 만에 4조짜리 M&A 성사
올해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전격 회동했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이사,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함께한 ‘반(反)쿠팡 연대’의 시작이었다. 네이버는 온라인에서 1등이고,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당시 미국 뉴욕증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던 쿠팡에 위기를 감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단순한 중개 플랫폼 역할이 대부분이고 이마트는 정보기술(IT) 경쟁력이 부족해 물류와 IT를 아우르는 쿠팡의 공세를 쉽게 막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후 두 회사는 두 달만에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상호 교환했고 다시 석 달만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 ‘빅3’ 중 하나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를 4조 원대 규모로 공동 인수했다. 네이버와 이마트(SSG닷컴), 이베이코리아가 반 년만에 강력한 연합군이 된 셈이다.
이런 속도전은 상장 이후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쿠팡은 올 3월 상장으로 45억5000만 달러(약 5조96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전북에 1000억 원, 경남에 3000억 원, 충북에 4000억 원 등 물류센터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투자가 완료되면 쿠팡의 소비자 거주지와 가까운 물류창고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 ‘소비자 침투율’이 기존 70%에서 90%에 급증할 것이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와 같은 이커머스 시장의 압도적 1강이 컨소시엄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미국에서 약 47%,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56%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 “쿠팡에 직격탄” vs “향후 파급력은 미지수”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로 중소 판매자와 소비자를 잇는 커머스 플랫폼 역할을 하는 동시에 신세계, CJ대한통운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까지 더해 쿠팡 고립 전략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이마트 입장에선 신선식품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구색을 대폭 늘리면서 쿠팡과의 경쟁이 가능해진다.
임수연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 후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가 하나로 합칠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참여한 건 스마트스토어의 확대는 물론 네이버페이를 비롯한 서비스의 확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인수가 쿠팡의 성장세를 저지할 수 있을지는 아직 전망하기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베이코리아가 오픈마켓 시장에서 오랜 경쟁력을 축적했지만 그 이상의 무기는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마트, 네이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쿠팡의 ‘라스트마일(최종 소비자에게 이르는 물류)’ 경쟁력을 좌절시킬 만큼 파급력을 가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연내 11번가와 아마존의 협업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이번 인수전에서 패배한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다소 뒤쳐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롯데쇼핑이 이커머스 사업의 규모를 키우면서 재정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을 비롯한 외부 협업 등도 계속해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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