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아파트 한 채(전용면적 85m²)를 보유한 류모 씨(45)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상위 2%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 방안을 접하고 혼란스러워졌다. 류 씨가 보유한 아파트의 내년 공시가격 전망치는 11억8000만 원 선. 여당 개편안에 따르면 11억 원 후반대가 종부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정부가 내년에 상위 2%에 해당하는 기준가격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확정하기 전까지 종부세 대상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는 “내년 종부세가 1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데 세금을 내야 할 납세자가 납부 대상인지 짐작조차 못하는 게 정상적인 세제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여당이 종부세 공시가격 기준을 가격이 아닌 ‘상위 2%’로 확정한 뒤 납세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현재 여당의 종부세 부과 기준의 가장 큰 맹점을 ‘깜깜이’ 과세로 꼽는다.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과 무관하게 공시가격별 상위 2%에 들면 종부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4월 공시가격이 정해지면 이를 바탕으로 6월에 상위 2%의 가격 기준을 정해 시행령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 전까진 공시가격만으로 납세자가 종부세 과세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을 모두 합해 상위 2%가 정해지다 보니 주택 유형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아파트 역차별’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단독주택은 약 50%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약 70%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은 아파트 소유자가 상위 2% 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단독주택 소유자에 비해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 가격이 아닌 비율로 정부가 매년 과세 대상을 정하는 방식이 ‘조세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59조)’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위헌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8년 종부세 가구별 합산을 두고 일었던 위헌 논란이 13년 만에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헌법에 따르면 세금은 법률로만 부과하게 돼 있는데 개편안은 과표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조정하는 구조로 돼 있어 위헌 요소가 있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법에 과세 대상을 비율로 정하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대상을 금액 등으로 법률로 정해 놓지 않고 있다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종부세 면제 기준을 두고 오락가락하다 이도 저도 아닌 해괴한 세금을 만들었다”며 “보유세를 상위 2%에게 부과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가 아니라 ‘조세 편가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들께서는 집값을 잡으라고 하는데 종부세만 잡으려 한다는 생각에 비판적이었고 반대를 했지만 막지 못했다”며 “실망스럽게 생각하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편 주택 양도소득세의 경우 여당은 보유 및 실거주 기간에 따라 최대 80%까지 주는 공제혜택을 양도차익에 따라 50∼70%로 줄이기로 했다. 이는 양도차익이 큰 장기 보유 1주택자의 세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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