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아파트 경매에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전용면적 128㎡)이 입찰에 나왔다. 대치동 재건축을 대표하는 ‘우선미(개포우성·선경·한보미도맨션)’ 중 한 곳이라 관심을 끌었던 물건이다. 10명의 응찰자가 몰린 끝에 감정가(29억3000만 원)의 1.25배에 이르는 36억6123만 원에 팔렸다. 같은 단지 동일 면적의 직전 실거래가(4월, 34억4500만 원)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2000채가 넘는 대규모 단지에 매물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임에도 경매로 낙찰받으면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이점까지 더해진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에 ‘광풍’이 불고 있다. 3개월 연속 평균 낙찰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최근에는 경매 낙찰가격이 직전 최고 실거래가보다 높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22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15.9%였다. 이는 전달(113.8%)보다 2.1%포인트 오른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2월 99.9%였던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이후 3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월별 평균 낙찰가율이 110%를 초과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매 감정가가 시세의 90~95% 수준으로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세보다도 비싼 값에 낙찰을 받는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경매 낙찰가격이 역대 매매 최고가를 자주 넘어서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 문정래미안 전용면적 120㎡는 이달 14일 진행된 경매에서 17억910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14억5000만 원) 대비 낙찰가율은 124%. 직전 매매 신고가(5월, 17억6000만 원)보다도 3000만 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이는 강남권에 한정된 사례도 아니다. 은평구 신사동 시티아파트 전용면적 58㎡는 이달 초 경매에서 감정가(3억5600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비싼 4억8000만 원에 낙찰됐다. 기존 매매 신고가는 지난해 12월 거래된 4억4500만 원. 해당 매물의 경우 2순위(4억5709만 원)와 3순위(4억5000만 원) 응찰자조차 매매 신고가보다 비싼 가격을 써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 매물이 부족해지면서 경매로라도 매입에 나서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고 해석한다. 보유세 기산일이자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가 시작된 6월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사라지면서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잠김 현상은 커지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세금 규제가 강화된 6월 이후 다주택자 매물이 사라지면서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커졌다”며 “하루에 1~2건 진행되는 서울 아파트 경매에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경매 광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업계 한 전문가는 “경매가 인기를 끈다고 해서 무턱대고 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꾸준한 공부와 시장 분석을 겸해야 여러 부작용에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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