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누비는 킥보드, 중앙선 침범·신호 위반 사고땐 100%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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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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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동킥보드를 타고 보행자 도로를 달리던 A 씨는 길을 건너기 위해 자동차가 다니는 교차로로 들어섰다. 하지만 급하게 진입하느라 왼편에서 우회전하던 자동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전동이륜평행차(전동휠)를 타고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하던 B 씨는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진입하던 차량과 충돌했다. 앞으로 보험사들은 A 씨와 B 씨에게 70%의 사고 책임을 물릴 예정이다.

앞으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타다가 교통사고가 나 보험 처리를 할 때 오토바이처럼 도로를 이용하는 교통수단에 준하는 과실 책임을 져야 한다. 최근 전동킥보드 관련 교통사고가 늘면서 사고 보험 처리를 위한 과실 기준이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다.

● 급증하는 킥보드 사고…보험 과실비율 첫 마련
손해보험협회는 개인형 이동장치와 자동차 간 교통사고에 대한 과실비율 ‘비정형 기준’ 38개를 만들어 과실비율정보포털(accident.knia.or.kr)에 공개했다고 23일 밝혔다. 개인형 이동장치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1인용 교통수단으로 전동킥보드, 전동이륜평행차, 전기로만 움직이는 자전거 등이 포함된다.

비정형 기준은 소비자, 보험사, 법조인들이 참고하도록 최신 교통법규 및 국내외 판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손보협회가 자주 발생하는 사고의 과실비율을 잠정 정리한 것이다. 이 비율을 실제 적용해 효용성이 입증되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의 공식적인 과실비율 인정 기준이 된다.

이번에 공개된 과실비율에 따라 A 씨와 B 씨는 70%의 과실 책임을 져야 한다. A 씨는 전동킥보드가 통행할 수 없는 보도에서 교차로로 진입했기 때문에, B 씨는 일방통행 법규를 어겼기 때문이다.

손보협회는 “이번 기준은 개인형 이동장치의 운행 특성을 반영해 사고 발생 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개인형 이동장치의 과실 기준은 대체적으로 자전거보다는 높고, 오토바이에 비해선 약간 낮게 적용됐다.

● “교통질서 어기면 과실비율 더 높아”
특히 이번 기준은 교통법규를 위반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의 책임을 무겁게 봤다. 예를 들어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중앙선을 침범하거나 횡단보도 신호를 위반하다가 정상적으로 주행하던 차량과 충돌했다면 킥보드 이용자의 100% 과실로 본다.

또 급출발, 급회전 등이 쉬운 전동킥보드의 운행 특성을 반영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가 급진입하거나 급회전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 과실 책임을 자전거 관련 기준보다 무겁게 적용했다. 예컨대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전동휠 이용자 C 씨와 맞은편에서 직진하는 D 차량이 부딪혔다면 과실비율은 60 대 40이 된다. 협회는 “직진 차량이 좌회전 차량보다 우선권이 있고 개인형 이동장치가 자전거보다 급가속과 방향 전환이 가능해 회피가 어려운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2018년 483건이던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는 지난해 1525건으로 2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의 불법 주행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며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 과실을 더 크게 보는 건 안전장비 착용과 교통질서 준수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가 가입할 수 있는 전용 보험 상품이 더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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