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외면 받는 탄소배출 사업
한화종합화학, 저평가에 상장 미뤄…삼성이 보유한 지분 한화가 매입
SK이노, 주유소 팔고 ESG에 투자…포스코에너지는 회사채 발행 좌절
전통적인 우량 기업이던 정유, 석유화학 업체들이 자본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기조 확대에다 팬데믹 이후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전기자동차나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화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는 대신 삼성 보유 지분 24%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상황을 잘 드러낸다. 2015년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면서 2022년 4월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삼성 보유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당초 한화는 전통적인 탄소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의 체질 변화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종합화학을 상장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시장에서 예상보다 낮은 평가를 받자 내부적으로 상장을 미루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도 석유화학 및 정유 포트폴리오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2019년 9월과 올해 3월 각각 페루와 북미의 광구 지분을 전량 매각한 데 이어 정유 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일부 지분 매각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국 내부 검토 끝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에너지가 지분 29%를 보유한 삼척블루파워는 강원 삼척시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1000억 원 상당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이달 17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했지만 매수 의향을 단 한 건도 받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이 같은 양상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아람코가 애플에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줬다. 같은 시기 엑손모빌은 92년 만에 미국 우량 기업을 대표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30종목에서 퇴출됐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탄소 배출 연료를 사용해 얻은 매출이 25%가 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전통 에너지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내부 구조 혁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한화솔루션, 한화에너지의 성장성과 충분한 사내유보금 등을 기반으로 향후 수소 혼소 기술 및 수소 모빌리티 사업, 생분해성 플라스틱 개발 등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도 이달 15일 SK에너지가 전국에 보유한 주유소 110여 곳 전부를 SK리츠에 매각하며 ESG 신사업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SK E&S, 포스코에너지, GS에너지 등 민간 에너지 기업들이 주축이 돼 올 4월 출범 후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는 에너지 얼라이언스도 탈(脫)탄소 전략을 공유하고 미래 정책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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