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광구 팔고 주유소 영업권 넘겨… 배터리 소재-수소기업 과감히 투자
재계 “ESG 리스크 큰 사업 매각하고 뜨는 신사업 발빠른 투자 주효” 분석
SK시총 2016년 90조→올해 5월 208조
증가율 130%…5대 그룹중 최고… 계열사도 6년새 2배 가까이 늘어
“기업이 서든데스(돌연사)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딥 체인지(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
딥 체인지는 2016년 3월 최태원 SK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한 이후 그해 6월 처음 열린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내놓은 키워드다. 복귀 이래 처음으로 관계사 사장단이 모두 모여 경영 전략을 나누는 자리에서 ‘살아남으려면 변화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총수의 강도 높은 주문에 SK 최고경영자(CEO)들은 각 계열사의 ‘업(業)’을 바꾸는 체질 전환을 시작했다.
5년 후 SK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재계 안팎에서는 “SK는 이제 투자회사라고 봐도 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과감하게 사업을 정리하고, 잠재가치가 높은 새 회사를 사는 재계 인수합병(M&A)의 ‘큰손’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8일 한국거래소(KRX) 데이터정보시스템 기반으로 5대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성장률을 분석한 결과 SK그룹(상장 계열사 20개)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 시가총액은 2016년 말(12월 29일) 90조3000억 원에서 2021년 5월 말(31일) 현재 208조1000억 원으로 2배 이상(130.5%) 증가하며 증가율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16개)은 89.0%, 현대차(12개)는 44.0%, LG(13개)는 107.6%, 롯데(10개)는 ―1.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SK는 자산 규모도 160조8000억 원에서 239조5000억 원으로 49% 증가하며 200조 클럽에 진입했다. 증가율 기준 5대 그룹 중 1위다. 삼성과 현대차, LG, 롯데는 각각 31%, 17%, 43%,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에서는 정유 등 그룹의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과감히 투자회사로 탈바꿈하는 SK의 딥 체인지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한때 회사 주력 사업이라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흐름에 따라 리스크가 커지는 부문에 대해서는 과감히 매각을, 떠오르는 신사업 분야는 발 빠른 투자를 이끌었다는 의미다.
SK는 2019년 9월과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이 보유했던 페루 및 북미 광구를 모두 매각했다. 지난해 6월엔 SK네트웍스의 주유소 영업권을 현대오일뱅크에 넘겼고 올해 4월에는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지분 40%를 팔았다. 올해 2월엔 ‘따상(공모가가 시초가의 2배로 오른 뒤 상한가)’ 상장시킨 SK바이오팜 지분 11%를 1조 원대에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반면 ‘돈 된다’는 미래 산업은 적극 물색해 과감히 투자했다. 지난해 7월 배터리 소재 동박 제조 기업 왓슨에 370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1월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에 1조8500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 3월엔 프랑스 바이오 위탁생산(CMO) 이포스케시를 인수하며 바이오 CMO 사업에 처음 진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SK그룹 계열사의 개수도 꾸준히 늘었다. 2015년 말 82곳이던 SK 계열사는 올해 현재 148곳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석유화학에 치중했던 수직계열 구조에서 배터리,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부문으로 그룹의 저변도 수평 확대됐다. SK 관계자는 “2016년 그룹 딥 체인지 선언이 5년 만에 실제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향후에도 관계사별로 적극적인 혁신을 통해 그룹의 지속 가능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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