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장관, 30대 기업 인사책임자에 “수시채용 트렌드로 청년채용 줄어”
기업들 “경영환경부터 개선해야”… 노조법 개정-규제 완화 등 촉구
“어려움 듣겠다더니…” 곤혹 기류도
정부가 30대 기업에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기 공개채용(공채)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필요할 때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수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한 데 대해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에 재계는 “일자리 확대의 선행 조건은 채용 방식이 아닌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곤혹스러운 반응이다.
28일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해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용부 장관 초청 30대 기업 최고인사책임자(CHO) 간담회’에 참석해 “수시채용 중심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청년들이 채용 규모가 줄어들고, 직무경력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는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라며 “청년들의 불안과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도록 공채에 대한 기업의 보다 적극적 인식과 활용을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10대 그룹 중 일정 시점에 대규모로 신입사원을 뽑는 ‘정기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 포스코, GS, 신세계뿐이다.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나머지 주요 기업들은 공개적으로 신입사원을 뽑지만 정해진 시점이 아닌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채용하는 ‘수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했거나 추진 중이다.
제조업 중심의 고도 성장기에는 대규모 전형을 통해 수백, 수천 명의 인력을 채용한 뒤 업종이 다른 각 계열사에 투입하는 공채 방식이 최선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맞춤형 채용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경력이 전무한 대부분의 청년 취업 희망자들에겐 문턱이 더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장관도 이 점을 지적하며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최근 제정되거나 개정돼 시행을 앞둔 노동관계법 및 제도들은 경영활동을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두고 채용 방식이냐 규제냐 정부와 재계의 시각 차이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기업들은 채용방식 변화보다 경영환경 악화가 전체 채용 규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려면 경직된 고용 시장을 유연하게 만들고, 강화 일변도의 노동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노사관계 선진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 경영 부담을 덜 수 있는 정부 지원 정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노조법, 50인 미만 사업장 주 52시간제 시행 등을 앞두고 있는 반기업 정책이 경영 부담을 높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는 다음 주 노조관계법 시행을 앞두고 개정된 시행령에서도 현장 혼란을 야기하는 불확실성을 해소해 달라는 경영계의 우려를 외면했다”며 “정부가 기업의 어려움을 듣겠다고 마련한 자리에서 채용방식을 바꾸라는 당부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도 정부처럼 좋은 인재를 많이 뽑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단 선발하면 정년을 보장해야 하는 등 고용시장이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노사관계 법조항을 개정할 때마다 정부와 국회는 노조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경영계의 우려가 크다”라며 “취업준비생들이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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