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4년 동안 아파트 공시가격이 실제 시세보다 더 많이 올랐다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적했다. 집값 안정에 실패한 정부가 공평과세를 명분으로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너무 빠른 속도로 올려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 시민단체의 분석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경실련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더 올랐다”
경실련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4년 아파트 시세와 공시가격 변동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서울 75개 아파트 단지의 공시가격은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4억2000만 원에서 올해 1월 7억8000만 원으로 86%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실제 아파트 값은 6억2000만 원에서 11억1000만 원으로 79%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시세 상승률보다 7%포인트 높았던 것이다.
경실련이 이번 조사를 위해 서울 25개 구에서 각각 3개 단지를 선택해 총 75개 단지 11만5000채의 아파트 가격을 분석했다. KB국민은행 시세자료를 바탕으로 3.3㎡당 가격을 따져 30평형대 아파트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가 2018년부터 공시가 현실화를 추진한 결과 공시가 상승 폭이 시세 상승폭을 역전하는 이런 현상이 빚어졌다고 본다. 당시 정부는 공시가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자 공시가에 실거래가를 대거 반영하고 현실화율을 높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지난해 69%에서 올해 70.2%로 높인 뒤 연평균 3%포인트씩 올려 2030년까지 평균 90% 선을 맞출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전년 대비 14% 이상 올랐고, 올해는 19% 이상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값이 급등한 시기에 공시가 현실화를 추진하면서 시세 상승분에 현실화율 상승분까지 더해져 시세보다 공시가가 더 많이 오른 것이다.
● 집값 급등기에 공시가 현실화 추진
이날 경실련은 강남 3구로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구의 9개 단지 평균 공시가가 2017년 8억 원에서 올해 16억3000만 원으로 104% 올랐다고 했다. 이 기간 해당 지역 아파트 평균 가격은 13억 원에서 22억7000만 원으로 74% 상승했다.
반면 나머지 22개 구에서는 같은 기간 공시가가 3억6000만 원에서 6억6000만 원으로 81% 상승했다. 시세 역시 5억3000만 원에서 9억5000만 원으로 81% 올랐다. 시세만큼만 공시가가 오른 셈이다.
강남 3구의 공시가 상승률이 다른 지역보다 특히 더 높은 것은 국토부가 주택 가격별로 공시가 현실화 속도를 차등 적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할 때 2019년에는 시세 12억 원(공시가격 9억 원), 2020년에는 시세 9억 원(공시가격 6억 원) 초과인 주택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지난해 시세 30억 원 초과인 초고가 주택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80% 수준까지 올랐다.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 3구의 공시가격이 더 많이 오른 이유다.
일각에서는 경실련이 정부 공식 통계와 공시가격을 단순 비교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실련은 “정부가 최근 4년간 서울 아파트 값 변동률이 17.17%라고 하지만 정작 정부가 산정하는 공시가는 이보다 월등히 많이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인용하는 부동산원 통계는 표본조사 방식으로 거래가 없는 아파트, 가격이 내린 아파트까지 종합해 각 지역의 상승률을 산출한다. 반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를 근거로 산출되기 때문에 거래기록이 없는 아파트는 상승률에 반영되지 않는다.
또 경실련이 분석한 단지는 강남구 은마·압구정 신현대, 서초구 삼풍·반포주공1단지, 송파구 잠실엘스·올림픽선수촌 등 시세가 비교적 오른 아파트가 많이 포함돼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실련과 정부 통계는 조사 대상과 집계 방식이 다른 통계여서 단순 비교해 어느 쪽이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며 “다만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를 지나치게 급격히 추진하며 논란을 자초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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