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세계 1등 노린다”… SK이노베이션, LG엔솔처럼 ‘사업부 분사’ 공식화

  • 동아경제
  • 입력 2021년 7월 1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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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 개최
중장기 사업전략 발표
핵심 경영진 배터리사업부 분사 공식 언급
업계 “분사 추진 상당부분 진척된 듯”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방식 유력”
배터리 수주 잔고 ‘1테라와트+α’ 발표
‘화재 0건’ 우수한 품질 기반 수주 확대 전망
“핵심 소재 ‘분리막’ 1등 공고히 할 것”
‘환경’ 중심 ESG경영 박차… 2050년 탄소중립 완성
2035년까지 배터리 ‘넷제로’ 실현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 사장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배터리사업 분사를 공식화했다.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처럼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문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대폭 증가한 전기차 배터리 수주 규모를 공개했다. 배터리업체 글로벌 톱3를 넘어 세계 최고 위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소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 행사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를 통해 배터리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는 “포트폴리오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배터리사업과 E&P(석유개발)사업 최적화 차원에서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대표 사장


○ 빅 이벤트서 사업부 분할 공식 언급… “분사 추진 상당부분 진척된 듯”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 대표는 “최근 2조~3조 원대 대규모 투자가 매년 이뤄지면서 설비 증설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라며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분사가) 추진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핵심 경영진 2명이 배터리사업 분사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인기와 맞물려 배터리 시장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사업 확대와 최적화를 위해 사업부 분할과 기업공개(IPO)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각 업체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와 수주가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부 분할과 IPO가 원활한 투자자금 조달과 사업 집중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사업 분사 시점과 방식에 대해 김 총괄대표는 “분사 시점은 IPO 일정을 고려해 사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분할 여부와 방식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사업 분사 후 SK이노베이션에 대해서는 “배터리사업이 분사되면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기업가치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사업 발굴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배터리사업 분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내용을 발표한 시점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배터리사업부 분사와 기업공개 추진 계획이 상당부분 진척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처럼 SK이노베이션 역시 물적 분할 후 상장을 추진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 대표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 대표


○ 수주 잔고 ‘1테라와트+α’… “톱3 넘어 세계 1등 가시권”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배터리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중장기 사업전략 발표에 많은 비중을 뒀다. 사업부 분할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배터리사업 가치 극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배터리사업 추진 성과를 공유하면서 친환경 업체로 기업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배터리사업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TWh)+α’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배터리를 1TWh 이상 수주한 업체는 글로벌 상위 2개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더해져 3개 업체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톱3(TOP3)를 넘어 세계 최고 위치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강조했다.

1테라와트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힌 지난 2017년 5월 당시(60기가와트, 60GWh)보다 17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금액 환산 시 130조 원 이상, 전기차 1400만대(대당 70kWh 기준)에 탑재 가능한 규모다. 1테라와트 외에 ‘+α(플러스알파)’도 주목할 만하다. 플러스알파에는 현재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포함되는데 계약 체결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포드 외에 다른 업체와 배터리 공급 계약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주 잔고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동섭 대표는 “SK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게 충전하고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추구한다”며 “SK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한 번도 없었던 이유이자 수주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수주 실적에 발맞춰 생산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 지 대표는 “현재 40GWh 수준에서 오는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 500GWh 이상으로 연간 배터리 생산 규모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적의 경우 올해 흑자(영업이익 기준)를 달성하고 2023년 1조 원, 2025년 2조5000억 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사업 성장과 함께 관련 핵심 소재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기업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핵심 소재 리튬이온번지분리막(LiBS)사업 자회사 상장 성공을 계기로 현행 14억㎡인 LiBS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키운 뒤 전기차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2025년에는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분리막 시장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김준 총괄대표는 “올해 3000억 원 수준인 분리막사업 영업이익을 오는 2025년 1조4000억 원 규모로 키워 분리막사업 영업이익 ‘조 단위 시대’를 구현할 것”이라며 “배터리사업과 함께 친환경 비즈니스 핵심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폐배터리 재활용(BMR, Battery Metal Recycle)사업은 ‘배터리에서 배터리를 캔다’는 목표로 그동안 축적된 정유공장 운영 기술을 기반으로 수산화리튬회수 기술을 자체 개발해 특허 54건을 출원했다고 SK이노베이션은 전했다. 이를 활용해 최초 리튬 채굴 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내년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4년에는 국내외에서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5년 기준 연간 30GWh 규모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 사업으로만 약 3000억 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외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플라잉카(Flying Car), 로봇 등으로 배터리 적용 영역을 확장하고 배터리를 기반으로 하는 신규 사업을 개발해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배터리 생애주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 ‘차별적 탈탄소 전략’ 수립… 배터리·분리막사업 탄소중립 조기 실현

SK이노베이션은 온실가스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를 2050년 이전에 달성한다는 ‘차별적 탈탄소 전략’ 목표도 공개했다. ESG경영 핵심을 ‘환경’에 두고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조기에 달성한다는 목표다. 특히 주력사업인 배터리와 LiBS사업은 2035년까지 넷제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석유화학사업은 매각 방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친환경 투자를 통해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복안이다. 공정개선과 저탄소제품 전환, 탄소 포집 등 감축 기술 개발 등을 기반으로 한다.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넷제로 추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CEO 평가 및 보상과 직접 연계하기로 했다”며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환경 중심 ESG경영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 총괄대표 사장은 “2017년부터 시작한 딥 체인지와 혁신을 이제는 완성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인 만큼 ESG 경쟁력을 기반으로 이사회,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파이낸셜스토리를 완성할 것”이라며 “그린 중심 성장을 위해 2025년까지 지난 5년간 투자의 2배가 넘는 총 30조 원을 집중 투자하고 이를 통해 현재 30%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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