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용차 중 경유차 첫 퇴출…전기차-LPG차만 생산하기로
택배-생계용 주로 활용 1t 트럭…운행량 많아 친환경 전환 효과 커
현대차·기아가 2024년부터 경유를 사용하는 1t 트럭의 전면 생산 중단을 추진 중이다.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가 대상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상용차 중에서 경유차 퇴출은 처음이다. 이미 여러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가 경유차는 물론 장기적으로 휘발유차의 생산 중단까지 공식화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내연기관 차량’ 퇴출의 첫발을 떼는 것이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현대 포터와 기아 봉고의 경유차 생산라인이 모두 사라지고 그 대신 전기 및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생산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포터의 경우 새로 LPG 모델이 추가된다. 이 같은 생산 및 판매 계획에 대해 이미 두 회사 내부에서 모든 실무 검토가 끝났고 최종 결정 과정만 남겨 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기아의 방안이 확정될 경우 국내 자동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1t 트럭 가운데 경유차는 전체의 85.2%인 13만5150대에 이른다. 이 중 현대차·기아 생산 차량이 11만 대 정도다. 3년 뒤부터 차량 11만 대 생산이 중단된다는 의미다.
양 사의 추진 배경에는 정부의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 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수송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018년 기준으로 9810만 t. 한국 총배출량의 13.5%에 달한다.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꼭 줄여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2023년 4월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경유를 쓰는 소형 택배화물 차량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기로 했다.
경유 소형트럭의 설 자리가 빠르게 줄어들자 기업들도 차량의 전기 및 LPG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전현주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전략본부 연구원은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맞춰 친환경 상용차시장도 연평균 판매량이 40% 이상 늘어날 만큼 꾸준히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들은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려 경쟁적으로 생산 및 판매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이 2030년 이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 또는 축소하는 정책을 내놓자 GM은 2025년 전기차 100만 대 판매, 폭스바겐은 2030년 전기차 누적 2600만 대 판매 등의 목표치를 내놓은 상태다. 현대차도 2025년까지 전기차를 연간 100만 대 이상 판매할 방침이다. 대부분 상대적으로 생산량이 적은 상용차부터 시작해 휘발유를 사용하는 승용차까지 모든 내연기관차를 없애고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출범한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1일 “10월 말까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시기, 시기별 전기·수소차 전환 예상 비율 등이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1t 경유차가 주로 서민층 대상으로 판매된다는 점에서 생산 중단 이후 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조금 확대는 물론이고 전기 화물차를 위한 충전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물류창고와 같은 주요 거점에 전기충전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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