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을 밝힌 것을 두고 시장에선 우려와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 주주가치 희석으로 인해 당분간은 충격이 크겠지만 사업 확대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가 더욱 상승해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에서 현재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에 대해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으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사업의 분사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분할 방식와 시기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인적분할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처럼 자금 조달에 유리한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본다. 또 배터리 사업이 흑자 전환해 기업가치를 크게 인정받을 수 있는 올해 하반기부터 분사 및 기업공개(IPO)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모회사(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지분을 나눠갖는 인적분할과 달리, 물적분할은 모회사에서 해당 사업을 떼어내 자회사로 만든 후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이라 기존 주주들은 신설되는 SK 배터리 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배터리 때문에 SK이노베이션 주식을 샀는데, 배터리 지분을 하나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우려 때문에 주력 자회사가 분할 후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주가가 곧바로 하락하는 경우가 있다. SK㈜의 경우 지난해 7월2일 SK바이오팜이 상장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SK바이오팜에 쏠리면서 주가가 서서히 하락했다. 그해 7월1일 주당 29만7000원이었던 SK㈜의 주가는 바이오팜 상장 이후 계속 하락하면서 두 달이 지난 9월18일에는 29.1% 하락한 21만500원까지 내려왔다.
결국 배터리 사업이 분할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설되는 SK 배터리 법인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증자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신설 법인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은 그만큼 낮아지기에 배터리 사업이 잘 나간다 해도 연결 실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의 실적에 반영되는 가치가 줄어든다. 투자금 확보를 위해 이런 증자를 거듭하면 주주가치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물적분할을 하더라도 기존 주주에게 악재가 아닌 호재가 될 것이라고 본다.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마이너스 효과는 있지만, 그보다 기업가치 상승분이 더 크다면 결과적으로는 플러스 효과라는 것이다.
분사 이슈로 주가가 떨어졌다가 곧바로 반등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9월15일 72만6000원이었던 LG화학 주가는 배터리 사업의 분사 가능성이 언론 보도로 처음 제기된 16일과 이를 회사가 공식 발표한 17일 이후 급격히 하락하며 7거래일만에 15.8% 폭락했다. 하지만 배터리 사업의 성과가 이어지며 배터리 신설법인이 출범한 그해 12월1일에는 80만9000원까지 오르면서 두 달 만에 32.4% 상승했다.
앞으로의 관건은 배터리 사업이 계획대로 실제 이뤄지는지 여부라는 의견이 많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에 배터리 사업이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한 후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업계 내 위상에 비해 저평가돼 있었다”며 “분할 가능성을 계기로 배터리 사업부의 재평가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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