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부 서민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릴 조짐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대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출길을 좁히고 있다. 자금융통이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서민들이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개인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가계대출 관리를 보다 안정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의 판매도 일시 중단했다. 또 같은달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도 0.2%포인트 낮췄다.
타 은행들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관리비 대출, 솔져론, 하나원큐 중금리 대출, 하나원큐 사잇돌 대출 등 4종의 신용대출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5개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축소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부터 3000만원 초과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연장·재약정 시 약정 기간의 한도 사용률 혹은 만기 3개월 전 한도 사용률이 모두 10% 미만일 경우, 최대 20% 한도를 감액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지속해서 대출총량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어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시중은행장에게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을 최소화해달라”며 “상환능력 범위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관행이 정착되도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이달부터 개인의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서울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문턱을 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DSR 규제는 모든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데,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83.5%가 적용 대상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출길이 좁아진 서민들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2금융권의 개인별 DSR 한도는 60%로 은행(40%) 보다 높아 대출 수요가 이동할 개연성이 높다. 예컨대 연봉 4000만원 직장인의 경우 DSR 40%가 적용되는 은행에서 연간 원리금상환액은 1600만원을 넘길 수 없지만 DSR 60%가 적용되는 2금융권으로 이동하면 금리는 높지만 허용되는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2400만원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대출처를 찾는 풍선효과는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데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대출 제한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빌리는 수요가 크다는 것은 금리 인상기 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를 대출 정책으로 해결하려하다가는 더 큰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하반기에도 대출 조이기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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