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당국이 부른 ‘차이나 리스크’… 美상장 中기업들 주가 급락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8일 03시 00분


中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중국정부 “개인정보 위법적 수집”
장중 주가 25%까지 떨어지기도, ‘괘씸죄’ 걸린 中 기술주 난관 봉착
전문가 “中의 추가제재 가능성”… 국내 투자자들도 불안감 확산

중국 당국이 사이버 안보를 이유로 자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옥죄기에 나서면서 미국 홍콩 등 세계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술기업의 주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중국 공산당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규제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지자 중국 기술주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중국 최대 차량공유기업 디디추싱은 전 거래일보다 19.6% 하락한 12.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5%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대륙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2014년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 상장으로 관심을 끌며 지난달 30일 뉴욕 증시에 입성했지만 3거래일 만에 공모가(14달러)를 내줬다.

독립기념일 연휴로 나흘 만에 개장한 뉴욕 증시에서 중국 공산당의 규제 리스크가 한꺼번에 반영된 탓이다. 지난 주말 중국 감독당국은 “디디추싱의 개인정보 수집에 위법 행위가 있다”며 자국 내 모든 앱스토어에 디디추싱 애플리케이션 제거 명령을 내렸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 과정에서 국가안보와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는 이 회사가 중국이 아닌 미국 상장을 택한 것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이 디디추싱과 함께 사이버 안보심사 대상으로 지목한 온라인 구인구직 회사 보스즈핀, 화물차량 공유서비스업체 만방그룹도 각각 16.0%, 6.7% 급락했다. 중국 최대 검색포털 바이두(―5.0%),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징둥(―5.0%), 알리바바(―2.8%) 등 뉴욕 증시에 상장된 다른 중국 빅테크들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홍콩 증시에서는 디디추싱 지분을 보유한 텐센트가 2일부터 7일까지 4.52% 하락해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되면서 중국 기술주에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뉴욕과 홍콩 증시에 상장한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투자한 금액은 9216억 원에 이른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종목 30개를 담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들에 투자한 규모도 1155억 원이다. 이들 ETF는 2월 고점 대비 28% 넘게 하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직간접으로 중국 기술주에 투자한 금액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어 중국 기술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3월 말 현재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230곳이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반(反)독점, 금융 안정 등을 이유로 알리바바, 텐센트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선 데 이어 제재 대상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미중 갈등”이라며 “상황에 따라 중국 정부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자국 기업들을 추가로 제재할 수도 있어 중국 관련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차이나 리스크#디디추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