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처벌조건인 안전인력과 예산의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안전감독을 위한 부서가 하나 더 마련돼 규제부서가 하나 더 생겼다는 불만도 나온다.
일각에선 문제가 발생할 때 처벌이나 감독부서를 늘리기보단 차라리 대형건설사에 건설안전을 조언할 수 있는 ‘전문관’ 제도가 더 효율적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12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40일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9일 밝혔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같은 사고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거나 1년 내에 같은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3명 이상 발생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정부는 이번에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에 해당하는 사항을 구체화하는 등 중대재해법이 시행령으로 위임한 사항을 규정했다.
하지만 처벌의 또 다른 기준이 되는 안전보건 인력·예산 기준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모호하다. 정부는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른 점을 감안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내고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할 시행령에서 적정한 인력·예산 등 모호한 기준은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 건설사의 경우에는 영세할수록 안전 인력이나 예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수익성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세제 혜택 같은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설된 중대재해 전담부서에 대해서도 자칫 규제가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기존에 건설현장을 감독하는 국토교통부에 더해 부서가 하나 더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중대재해에 대한 감독과 수사를 강화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내에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신설했다. 기존 산업재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1국 5과 47명’의 조직을 ‘1본부 2관 9과 1팀 82명’으로 확대한 것이다.
정부는 신설된 산업안전보건본부를 토대로 2023년에는 보다 독립적인 산업안전보건청을 출범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제라는 게 중복되거나 과해지면 건설업 자체의 생산성이 낮아지고 사업을 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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