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라이더 대신 로봇이 기다린다. 고객이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자 음식을 실은 적재함이 열린다. 음식을 받고 확인 버튼을 누르자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돌아간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도입된 ‘실내 로봇 배송 서비스’의 모습이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우편, 서빙, 배달 등의 서비스를 로봇이 담당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12일 배달 플랫폼 서비스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로봇이 아파트 각 가구 현관 앞까지 배달하는 로봇 배송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시범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주상복합 아파트 ‘포레나 영등포’ 3개 동의 아파트·오피스텔 293가구 주민들은 총 3대의 배달로봇을 통해 주문한 물품을 전달받게 된다. 라이더가 1층에 대기하고 있던 배달로봇 ‘딜리타워’에 음식을 전달하고 주문자의 전화번호(안심번호)를 입력하면 로봇 배달이 시작된다.
딜리타워에는 엘리베이터, 공동현관과 연계된 사물인터넷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다. 1층 공동 현관문에 다가가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로봇이 관제센터에 신호를 보내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해당 층으로 이동한다.
엘리베이터가 복잡할 땐 로봇이 “좀 타겠습니다. 비켜주세요”라고 말하거나 아예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등 고도로 지능화된 기술이 적용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로봇을 통해 입주민들은 안전하고 편리한 비대면 배달 서비스를 제공받고, 배달원은 배달 시간을 줄여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아파트·오피스텔 같은 주거지는 물론 사무실 건물까지 배달로봇의 활용을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대면으로만 가능했던 서비스들이 로봇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배달 외에도 대표적인 분야가 호텔, 사무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서빙이나 우편 등이다.
SK텔레콤은 10여 대의 로봇이 호텔 식당이나 로비를 돌아다니며 고객이 주문한 음식이나 물품을 전달하는 AI 서빙로봇을 8월부터 대구 인터불고호텔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KT도 4월 사옥에서 근무하는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우편물을 배송하는 ‘AI 로봇 우편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KT 관계자는 “직접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서비스 로봇은 사물을 판단하는 센서 기술, 음성인식 기술, AI 기술 등이 적용돼 단순 반복 작업을 돕도록 프로그래밍 된 산업용 로봇보다 고도의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서비스로봇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23%의 성장세를 보이며 121억 달러(약 13조8847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서비스로봇 시장이 커지면서 건물을 설계할 때부터 로봇 운영을 용이하게 돕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하반기 완공을 앞둔 제2사옥을 ‘로봇 친화형 건물’로 만들기 위해 클라우드 시스템, 5세대(5G) 특화망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KT는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DB손해보험과 함께 AI 서비스로봇 전용 보험 상품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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