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코로나 끝난 뒤를 가정했다” 4차유행 후유증-재확산 여지 고려없이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03시 00분


‘시간당 9160원’ 어떻게 나왔나


“내년 최저임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난 후의 ‘정상 상태’를 가정해 결정했다.”

2022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직후인 13일 오전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공익위원들은 전날 열린 심의에서 올해(시급 8720원)보다 5.1% 오른 9160원을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제시했고, 표결 끝에 최종 가결됐다. 공익위원들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비교적 높고 고용 지표도 회복세인 점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밝힌 경제전망치의 평균을 활용한 경제성장률(4.0%)에 소비자물가상승률(1.8%)을 더하고 취업자증가율(0.7%)을 빼 5.1%를 산출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4차 유행이 불러올 경제적 후유증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코로나19가 올해 말 또는 내년에 다시 확산할 가능성도 고려되지 않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 교수는 “경제 상황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는 공익위원들도 있었다”면서도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정상 상태로 복귀한다는 가정에 더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저임금 근로자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소상공인, 중소영세 사업장의 어려움은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병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인상은 최저임금 근로자의 약 83%가 종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치명적인 추가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용자위원 측은 이의제기 절차를 통해 재심의를 요청할 방침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만 원 무산에 반발하고 있다. 다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어려운 방역 상황을 고려한 듯 공익위원 제시안에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의결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최저임금 1만 원’의 임기 내 달성은 무산됐다. 현 정부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2%가 됐다. 박근혜 정부 평균(7.4%)보다 낮다. 이를 의식한 듯 최임위 측은 이례적으로 인상률(5.0458%)을 5.0%나 5.05%가 아닌 ‘5.1%’로 발표했다. 다만 권 교수는 “전 정부 평균 인상률은 전혀 참고하지 않았다”며 “이전 정부보다 높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임위 내부에서조차 현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이 결과적으로 혼란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를 정한 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준식 최임위원장은 이날 “최저임금 논란이 이 정부만큼 드라마틱하게 변한 적도 없었다”며 “앞으로는 최저임금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와 노동시장 여건에 맞게 결정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간 최저임금이 전문성보다 정치 논리에 따라 좌우된 점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용춘 고용정책팀장은 “정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제,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적정한 인상 폭 범위를 먼저 정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그 범위 안에서 논의할 때 합리적인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코로나19 이후 정상상태 가정#916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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