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갱신 가격 분리 현상 보편화
동일 평형 보증금 2배 차이 나기도
신규 세입자 “시세 제각각… 답답”
‘갱신’도 2년후 보증금 폭탄 우려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법 시행으로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된 뒤 전세시장에서는 같은 단지 내에 보증금 편차가 큰 ‘이중 가격’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전세가격 급등으로 기존 계약을 갱신한 가격과 신규 계약 간 가격 차이가 커지며 세입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3일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85m²가 전세 보증금 11억 원에 거래됐다. 사흘 전인 10일에는 같은 평형이 보증금 5억7750만 원에 계약됐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 비슷한 시기에 거래됐는데 보증금은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보증금이 낮은 거래는 기존 계약을 갱신하며 보증금을 5%만 올린 거래일 것”이라며 “요즘 전세 시장에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두 개의 시세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이중 가격 현상은 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전용 85m²) 전세는 5월 25일 5억8275만 원에 거래됐다. 불과 나흘 뒤인 같은 달 29일에는 같은 평형, 비슷한 층의 전세물건이 8억 원에 계약됐다. 최근 이 단지 전용 85m² 전세 물건은 9억∼10억 원대의 호가를 보이고 있다. 울산 남구 롯데캐슬골드는 6월 같은 평형이 2억5200만 원과 3억8000만 원에 각각 거래되기도 했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예전엔 기존 계약을 연장하면 계약서를 다시 쓰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집주인들이 계약서에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했고 추가로 계약 연장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기 위해 계약서를 다시 쓴다”고 전했다.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혼란이 커졌다. 최근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서 집을 구하고 있는 이모 씨(32)는 “정확한 시세를 알고 싶어 검색해 봐도 어떤 집은 보증금에 10만 원, 20만 원씩 월세를 끼고 있고 어떤 집은 전세가격이 예전 가격과 2배씩 차이가 난다”며 “몇백만 원이라도 보증금을 깎고 싶은데 중개업소는 뭘 잘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기존 세입자로선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 당장은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갱신한 계약 기간이 끝난 2년 뒤에는 대폭 오른 전세 시세에 맞춰 계약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기존에 전월세상한제를 적용받고 있던 임대사업자 계약과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갱신된 계약 때문에 이중 가격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전세가격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이중 가격 현상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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