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코로나 4차 대유행과 델타 변이 확산에도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했던 4% 수준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며 “그렇다면 연내 금리 인상은 가능하지도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개선되던 민간 소비가 일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방역대책, 백신접종 확대 계획이 이행되면서 확산세가 진정되고 여기에 추경 효과가 더해지면 경기 회복세를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델타 변이 확산은 백신접종이 확대되면 진정되지 않겠는가 예상한다”며 “이에 따라 곧바로 소비가 회복되고 경제 활동이 원활히 돌아간다면 금리 인상은 늦출 수 없다. 그런 식이면 (금리) 연내 인상은 가능하지도 않겠느냐 본다”고 언급했다.
아래는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4차 대유행이 지속돼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계획엔 변화 없을지. ▶최근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서 코로나19 전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최근 개선세를 보이던 민간 소비가 분명히 일정 부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정부의 빠른 방역대책 그리고 백신접종 확대 계획이 이행되면서 확산세가 진정되고 여기에 정부의 추경 효과가 더해진다면 경기 회복세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함에 있어서 코로나19 재확산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하겠다. 이번 회의에서도 관련 우려와 논의가 있었지만 ‘어떻든 코로나 확산 영향이 어떻게 될지 좀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우세해 금리를 동결했다.
-코로나 재확산과 백신접종 차질이 실물경제에 얼마나 타격을 줄 거라 예상하나. ▶올 성장률은 지난 5월에 전망했던 4% 수준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불확실성이 높지만, 방역 조치의 효과가 점차 나타난다면 이번 재확산이 상방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조심스레 예측한다.
또 작년 겨울철 확산기 때와는 달리 곧 대규모 백신접종이 예정돼 있고, 백신에 중증 방지 효과가 상당히 입증됐다. 아울러 경제 주체들이 다른 형태로 소비활동을 이어가는 등 학습효과도 감안했다. 무엇보다 수출·투자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경제 활성화 대책도 일정 부분 성장에 기여할 걸로 보고 있다.
전반적으로 기조적 경기 회복세는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금리 인상 지연 시 금융불균형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 ▶금융불균형 문제는 통화정책만으로 대처하는 게 아니다. 정부의 거시정책이 일관성 있게 효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그치만 최근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가 계속되면서, 특히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늘면서 정책 효과도 한계가 생기는 추세가 보여지고 있다.
이에 금융불균형 문제를 거시건전성 문제와 함께 경제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통해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종전보다 좀 더 커졌다 평가한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찬반은. ▶재난지원금도 기본적으로 재원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먼저 감안해야 한다. 또 코로나19 확산이 1년 반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계층과 반대로 피해를 입지 않은, 오히려 더 큰 자산을 축적한 계층도 병존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어, 앞으로 얼마나 추가 재원이 소요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점을 봤을 때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피해를 입은 계층에 중점 지원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지 않나 생각한다.
-홍남기 부총리에 이어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집값 고점론을 언급했다. 동의하나? ▶현 경제주체들 사이에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형성되면서 집값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은이 여러 방법을 통해 주택가격을 평가한 결과 상당히 높은 고(高) 수준,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주택가격의 적정 여부를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인데, 수도권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임대료 기준이라든가 과거 장기 평균치와 비교해 봐도 수도권 지역의 주택가격은 상당히 높다.
한은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자산가격 상승이 부채 증가와 밀접 연관됐다는 것이다. 차입에 의한 자산 투자가 높은 점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대비된다.
-최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정합성에 문제 제기가 있다.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건데.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통화정책은 거시 지표로 판단하게 돼 있고, 경기 회복세와 경제 상황에 맞춰서 정상화할 필요성이 있는 거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부채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경제주체들의 차입을 통한 자산투자 등 수입 추구 행위가 상당히 과도하다는 문제다. 이는 해소하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리기에, 자꾸 지연시킬 게 아니고 빨리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이날 금통위에서도 관련 얘기가 있었다. 이에 다수 위원은 금융불균형 해소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때라는 의견을 공유했다. 통화정책은 그런 방향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그렇게 보면 코로나가 터지고 취약계층이 더 어려워졌는데 금리를 올리면 괜찮겠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은이 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볍게 넘기겠는가. 다만 지금 상황에서는 통화보다는 아무래도 선별적 지원이 가능한 재정 정책을 통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거다. 지금 정부가 큰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것도 코로나 재확산에 어려운 계층을 더 많이 지원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재정과 통화 정책이 엇박자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이번 통방문에 통화 완화 기조와 관련한 ‘당분간’ 표현이 빠졌다. ▶지난 5월 간담회에서 ‘당분간 현재의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 말씀드렸고 그 후 2개월이 경과했다.
물론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 물가 오름세 확대, 그 다음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다음 회의 때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이제부턴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한다.
그런 면에서 논의 끝에 ‘당분간’ 표현은 안 쓰는 게 낫겠다고 하여 문구를 조정했다.
-4% 성장 전망에 추경 효과와 4차 대유행 여파는 반영됐나. ▶현재 여러 정보라든가 데이터로 봤을 때 올해 4% 성장은 가능하다.
-현재 통화정책방향 문구와 금통위 의견이 과거 금리를 인상하기 직전의 것과 비슷하다. 8월 금리인상 신호로 해석해도 되나. ▶금리 인상에 타임테이블(일정표)를 정한 것은 아니라고 반복해서 말씀드린다. 과거에도 그랬다고 지금도 그렇다 말씀드리긴 어렵다.
단, 한은은 4차 대유행으로 경기 회복세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지금은 이런 상황이 발생했으니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경기 회복세가 견고하게 이어진다면 금리 정상화는 그렇게 늦추지는 않으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코로나가 경기 회복세를 크게 저해하지 않는다면 금리 정상화를 하는 것이 우리 경제에 장기적 안정 성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라는 인식을 많은 위원들이 같이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8월 금리 인상 여부는 코로나 상황,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 있다. 이는 면밀히 지켜 보겠다.
-0.5%p 금리 인상이 금융 불균형을 해소 못할 거란 지적이 있다. ▶물론 0.25%p 혹은 0.5%p만으로 금융 불균형 해소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금리라는 것이 한 두번으로 끝나는 건 아니잖나. 우리가 장기 성장세를 갖춰 나간다면, 또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거기에 맞춰서 금리는 정상화할 것이다. 그에 따라 정상화 수준에 이른다면 경제주체들의 위험 추구 행위는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한두 번으로 보면 부족하지만 통화정책이란 게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기에 분명 경제주체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거라고 본다.
-델타 변이 확산 영향은. ▶델타 변이 확산은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 진정되지 않겠는가 예상한다. 이에 따라 곧바로 소비가 회복되고 경제활동이 원활히 돌아간다면 금리 인상은 늦출 수 없다. 코로나가 그런 식으로 전개되면 연내 인상은 가능하지도 않겠느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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