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반대’ 개인투자자들의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K스톱 운동)’ 대상 종목인 에이치엘비가 공매도 거래 급증으로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을 잡겠다며 에이치엘비를 집중매수하겠다고 나섰는데, 이와 반대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도 몰린 것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15일) 공매도가 집중된 에이치엘비, 에코프로비엠, 서울바이오시스, 코웰패션(이상 코스닥 상장사)과 한샘(코스피 상장사) 등 5개 종목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이날 하루 동안 공매도가 금지된다.
코스닥 상장사 4곳은 모두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 5배 이상 및 직전 40거래일 공매도 비중 평균 5% 이상을 넘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에이치엘비에 대한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날 159억원(거래량 39만주)을 기록해 지난 5월3일 대형주 공매도 재개 후 에이치엘비 공매도 금액으론 최대치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인 14일 공매도 거래대금 8억원과 비교하면 2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날 에이치엘비에 대한 공매도 투자가 집중된 것은 같은날 진행된 이른바 K스톱 운동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증권사로부터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서 갚는 투자 방식이다.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올해 초 뉴욕 증시에서 벌어진 게임스톱 운동을 본떠 공매도 세력에 맞서 K스톱 운동을 벌이자는 분위기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형성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 공매도 잔고 금액 1위 종목인 에이치엘비(2477억원)를 첫 타깃으로 삼아 전날 오후 3시 집중매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전날 개인이 104억원 순매수했고,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62억원, 32억원 순매도했다.
그 결과 장 중 주가는 20%가량 치솟았지만, 장 마감 때는 5.54%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하루 동안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전날 거래량은 2272만주로 14일 120만주에 비해 1793% 폭증했다.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무관하게 주가가 뛰면서 향후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에이치엘비에 집중적으로 공매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수급에 비춰 공매도 주체는 기관과 외국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도 에이치엘비에 대한 K스톱 운동이 계속돼 주가가 오른다면 공매도 투자자의 수익률이 낮아지겠지만, 개인은 자금력 면에서 열세인 데다 결집력도 약한 편이라 K스톱 운동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K스톱과 같은 집단행동이 불공정거래 행위에 이용될 수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K스톱 운동 동참 등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고 있는 점도 K스톱 운동에는 부담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용 주식의 상환기한을 사실상 무기한 연장할 수 있어, 주가가 폭등하더라도 상환하지 않으면 된다. 정보력과 자금력도 뒷받침되는 등 공매도 세력이 유리한 상황에 있기 때문에 K스톱 운동의 성공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한편 실적 개선 기대로 전날 10.22% 급등한 에코프로비엠의 경우도 183억원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발생해 공매도 재개 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샘은 전날 주가가 15.36% 떨어지고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배율이 10.19배를 기록해 각각 10% 이상 주가 하락 및 공매도 거래대대금 증가배율 6배 이상 기준에 부합해 과열종목이 됐다.
한샘의 매각설이 보도된 뒤인 14일 24.68% 급등한 주가는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는 소식에 전날 15.36%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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