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나올 곳 없는데…추경 키우자는 논의에 곤란한 홍남기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18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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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2차 추경안 증액 여부 논의 이어져
취약계층 더 두텁게…전국민 지원금 등 검토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 등 수정 가능성 거론
초과세수·국채 발행 없어…재원 마련 우선돼야

정부는 앞서 제출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이 부담스럽다. 당초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 31조5000억원을 활용해 만든 추경안인데 더 이상 짜내기도 어렵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초과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국세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추경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하지 않기로 못을 박아둔 방법이다. 남은 방법으로 국채 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던 2조원을 끌어쓸 수는 있지만 이는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 예산 더 늘어날까?

18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현재 당정은 2차 추경안 증액 여부를 두고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불어나는 상황을 반영해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경안을 다시 짜자는 것이 정치권의 논리다.

여기에 소득 하위 80%를 선별해 1인당 25만원씩 주기로 했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 국민에게 1인당 20만원씩 주는 식이다.

앞서 정부는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절반가량인 15조7000억원을 ‘코로나19 피해 지원 3종 패키지’에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10조4000억원), 소상공인 피해 지원(3조9000억원),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1조1000억원) 등이 포함된다.

방역 상황을 감안해 신용카드 캐시백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 추경안이 통과되면 당장 14조3000억원가량의 적지 않은 돈이 풀리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가 증액 대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소상공인 피해 지원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6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를 더 늘리는 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로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중기위원회는 지난 14일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도화 예산을 기존보다 6000억원 늘린 1조2000억원으로 의결한 바 있다. 이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야 하지만 증액될 여지는 있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의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심각한 손실을 받은 소상공인의 사업소득 감소분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난 12일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까지 올라간 만큼 추경안도 이에 맞춘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약 96만개 영업시설이 손실보상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얼마 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 이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에 의한 손실보상은 당연히 산정해서 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피해 정도를 따져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예산으로 넘겨 손실보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당장 추경 규모를 키워서 해당 예산을 포함할 만큼 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워낙 많은 소상공인이 대상이 되기 때문에 대부분 내년 초에 지급될 것으로 본다. 추가 소요가 되는 것은 내년 예산에 넣겠다”며 “지급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산정이 끝나지 않으면 내년에 줘야 하는데 과도하게 예산을 잡아두면 불용이 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채 상환 2조원 줄이는 방안에 홍 “신용등급 영향”

무작정 추경 규모를 키우기보다 끌어다 쓸 합당한 재원 마련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통상 추경 재원은 초과세수와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된다.

먼저 정부가 이번에 추계한 초과세수 31조5000억원은 상반기 우발세수와 지난해 하반기 이월세수를 모두 감안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변수가 남아있지만 추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세수를 더 늘려잡기는 어렵다.

적자국채의 경우 추경 추진 시점부터 더는 발행하지 않기로 당정 간 의견 일치를 봤던 사안이다.

남은 방법은 다른 사업 예산을 줄이는 것인데 가장 먼저 거론될 만한 것이 국채 상환에 쓰기로 했던 2조원이다.

하지만 이 2조원을 다른 사업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홍 부총리가 꾸준히 반대해오고 있다. 실제 현행 국가재정법에서는 세계잉여금 발생 시 이 가운데 일부를 국채 상환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국가신용도 평가와 국채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 부총리는 얼마 전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얼마 전 국제신용평가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2조원이라도 채무 상환에 반영한 것에 대해 신평사에서 (긍정적으로)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고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도 있어 전략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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