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1년 새 1%포인트 가까이 뛴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해 4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시중은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6일 기준 연 2.85~3.90%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말에 비해 금리 하단이 0.86% 높아졌다.
4개 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16일 현재 연 2.49~4.03%로 지난해 7월 말보다 0.24% 올랐다.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혼합형 주담대 고정금리도 같은 기간 0.45% 뛰었다. 경기 회복 등의 여파로 은행채, 코픽스 등 시장금리가 오른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대폭 낮춘 결과다.
조만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은행권의 대출 금리 상승세가 더 빨라지면서 과도하게 빚을 낸 가계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빠르면 8월, 늦어도 11월로 내다보고 있다. 이달 15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리포트를 낸 증권사 19곳 가운데 NH투자·한국투자 등 13곳이 10월 또는 11월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6곳은 8월 인상을 점쳤다.
한은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개인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이자 부담이 6조6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금융위원회는 주택금융공사에서만 취급하는 정책 대출 상품인 40년 만기 모기지를 시중은행에서도 판매하는 방안을 은행권과 논의하고 있다.
이달 출시된 40년 모기지는 기존 30년이이었던 정책 모기지 만기를 10년 더 늘려 매달 갚는 원리금 부담을 낮춰준 보금자리론 상품이다. 집값 6억 원, 연소득 7000만 원 이하인 청년과 신혼부부가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시중은행에서도 이 상품을 판매하면 이용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관건은 대출 금리인데 은행들이 정책 모기지처럼 장기간에 걸쳐 저금리를 유지하는 상품을 내놓긴 어렵다”며 “4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일반 주담대 금리보다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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