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모바일 생태계의 맹그로브 숲 살리기가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8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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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찬반 릴레이 기고②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구글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자사 결제시스템만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를 추진하자 국회가 이를 금지하는 이른바 ‘구글인앱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인앱결제 의무화가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와 소비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거래 플랫폼의 보안을 지키고 각종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대가라는 의견도 맞선다. 올바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찬반 양측의 의견을 연속으로 소개한다.》

유네스코,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 기구, 동남아 10개국, 그리고 수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여 맹그로브 숲 복원을 위해 나선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열대, 아열대 해안에서 생장하는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맹그로브 숲은 뛰어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으로 지구 온난화 방지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해안 지반을 지지하고 수질 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 맹그로브 숲은 다양한 동물들의 서식지이기도 한데, 수목이 성장하며 호흡뿌리 사이로 공간이 만들어져 갑각류, 어류, 포유류, 조류, 곤충류 등 다양한 동물들에게 숨을 곳과 먹이 제공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생태계에도 맹그로브 숲의 역할을 하던 것이 있다. 바로 구글 플레이로 대표되는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이다. 2008년 10월 23일 안드로이드 마켓이라는 이름의 앱 배포 서비스였다가 현재는 구글 플레이라는 이름으로 게임, 사진, 음악, 도서, 동영상 등 거의 모든 콘텐츠 영역을 다루는 판매 및 배포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모바일 앱 마켓은 애플 또는 구글과의 협력 여부와 관계없이 개발자가 자유롭게 앱을 업로드 하고 이용자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고, 개발환경이 열린 구글 플레이의 경우 더 많은 개발자들이 모이게 되었다. 구글 플레이는 개발사에서 인앱 결제를 쓸지 말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기에 더 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이 모여 조금씩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수많은 개발자들이 구글플레이와 같은 앱 마켓에 모여 다양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에게도 모바일 앱 마켓을 통해 콘텐츠를 선보이고 성장할 수 있었으며, 이용자들은 손쉽게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구글 플레이의 경우 국내 앱마켓 시장 점유율은 2020년 7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구글은 작년 9월 이용자의 통일된 경험과 거래 안전 및 이용자 통제권 확보를 위해 인앱 콘텐츠 판매 시 구글플레이의 결제시스템만을 강제토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게임 콘텐츠에만 적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앱 개발 및 운영자와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기존에 고지된 바와 달리 독점적 지위를 점한 후, 기존의 구축 내지 이용하던 자체 결제시스템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고 자사의 결제 시스템만을 강제하는 것은 공정경쟁, 결제 시스템의 혁신, 소비자 이익 측면에서 우려되는 지점이다. 이용자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앱 개발 및 운영자와 콘텐츠 창작자들이 선택·적용시킬 수도 없고, 용자들이 손쉽게 보다 저렴하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차단되는 것이다.

구글은 그간 국내 모바일 콘텐츠 발전을 위해 ‘K-reate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여 국내 콘텐츠 개발사들의 마케팅, 글로벌 컨설팅 등을 제공하며 성장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구글이 주도한 앱 생태계는 구글 혼자만 만든 것은 아니다, 함께 참여한 수많은 앱 개발자들과 창작자들을 비롯한 프러덕트 그룹과 이에 응답한 전 세계 소비자들과 함께 만들어 온 공동의 생태계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은 이번에 변경된 인앱결제 강제화 정책에 대해 수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을 모여들게 했던 안전한 맹그로브 숲의 단단한 뿌리 울타리가 아닌, 이제 그 속에 살며 성장한 작은 물고기들을 잡기 위해 다가오는 그물과 다르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이번 인앱결제 강제정책은 직접적으로 모바일 앱 및 콘텐츠 창작자들의 수익 내지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무료에서 유료로 이용자들의 콘텐츠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어가는 시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정책 변화는 자연스레 가격인상과 그에 따르는 이용자의 이탈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칫 이제 싹을 틔워가던 웹툰, 웹소설 등 국내 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변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D.C와 36개 주도 캘리포니아 북부지구 연방지방 법원에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모바일 앱 및 콘텐츠 창작자들의 우려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일련의 상황 속에서 구글은 올해 3월에는 매출 구간에 따른 15% 수수료 인하 결정, 6월에는 영상, 오디오, 도서 등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수수료를 15% 할인하는 ‘구글플레이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등 수수료 인하 등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결제 수단의 선택권을 허용하지 않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앱 마켓이 만들어지던 초기에 개방성, 유연성을 앞세우며 전세계 수많은 모바일 앱 개발 및 운영자, 콘텐츠 창작자들을 불러 모았던 혁신기업 구글에게서 이제는 바다의 해일을 막아주던 단단한 맹그로브 숲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구글의 모습은 다양한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맹그로브 숲보다는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왕자’에서 너무 커져서 작은 별을 휘감아 별 자체를 산산조각나게 할 위험이 있는 바오밥 나무를 연상케 한다. 너무 커져서 생태계 자체를 위협하는 바오밥 나무가 아닌 모바일 생태계의 맹그로브 숲으로서의 역할회귀를 기대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니라 수 많은 생계계 구성원들의 바람일 것이라고 믿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올해 3월 제14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NHN 법무감사실장·대외협력실장, 컴투스 이사 등을 역임한 뒤 2018년부터 인기협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인기협은 2000년 설립돼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외 주요 IT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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